컬리, 물류센터는 자산이 아니라 족쇄가 됐다 (2부)

감가상각이 잠식하는 손익, 컬리의 고정비 구조가 드러나다

최성호 기자

choi@sateconomy.co.kr | 2026-02-04 10:15:19

▲서울 종로구 네이버스퀘어 종로에서 열린 '네이버 커머스 밋업 with 컬리' 기자 간담회에서 김슬아 컬리 대표가 네이버와의 협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컬리가 전국 단위 새벽배송망을 완성하며 구축한 물류센터는 더 이상 성장 자산이 아니다. 전자공시를 통해 확인되는 숫자는 물류 인프라가 손익을 끌어올리는 엔진이 아니라, 이익을 잠식하는 고정비 족쇄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의 재무제표에서 가장 무거운 항목은 단연 물류 자산이다. 2025년 1분기 기준 컬리의 유형자산 가운데 시설장치 장부가액은 1조원에 가까운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김포·창원·평택 물류센터에 집중된 이 자산은 2025년 3분기 말에도 큰 변동 없이 유지됐다. 

 

눈에 띄는 변화는 자산 축소가 아니라 감가상각 누적이다. 2025년 1분기 대비 3분기 말 기준 컬리의 유형·무형자산 장부가액은 약 1,100억원 이상 감소했는데, 이는 매각이나 철수가 아닌 상각에 따른 자연 감소다.

문제는 이 감소가 손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감가상각은 현금 유출이 없는 비용이지만, 영업이익을 직접적으로 깎아내리는 항목이다. 

 

매출이 빠르게 증가한다면 상각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희석되지만, 컬리는 그렇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다.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7,381억원으로, 물류센터 확장이 본격화되던 시기의 성장 속도를 전혀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물류센터는 대표적인 ‘되돌릴 수 없는 투자’다. 이미 지어지고 설비가 깔린 이후에는 가동률이 떨어져도 비용이 크게 줄지 않는다. 전자공시를 보면 컬리는 송파 물류센터를 2023년 철수했지만, 이후 김포·창원·평택 3개 센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전국 새벽배송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구조지만, 동시에 고정비를 줄이기 어려운 구조이기도 하다. 물류센터 임차료, 설비 유지비, 인력 운영 비용은 매출과 무관하게 발생한다.

업계에서는 컬리의 물류 구조를 두고 “확장 국면의 판단이 둔화 국면에서 그대로 부담으로 돌아온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물류 밀도가 높을 때 수익성이 나오는데, 전국망을 깔아놓고 주문이 기대만큼 늘지 않으면 고정비 압박이 급격히 커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물류업계 관계자는 “대형 풀필먼트 센터는 규모를 줄이기도, 다른 용도로 전환하기도 쉽지 않다”며 “투자 판단의 결과가 수년간 손익을 지배한다”고 지적했다.

전자공시상 컬리는 여전히 물류 인프라를 ‘경쟁력’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숫자는 다른 메시지를 보낸다. 

 

자산은 줄지 않고, 비용만 누적되고 있다. 물류센터가 더 많은 매출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순간, 그 존재는 경쟁력이 아니라 구조적 리스크로 바뀐다. 현재 컬리의 재무제표는 바로 그 경계선에 서 있다.

결국 문제는 선택의 시점이다. 컬리가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시 성장 곡선을 그릴 수 있다면 상각 부담은 감내 가능한 비용이 된다. 

 

그러나 성장 회복에 실패한다면, 지금의 물류 자산은 수익성을 갉아먹는 가장 큰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2부에서 드러난 숫자는 컬리가 더 이상 ‘물류 확장’만으로 미래를 설명할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3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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