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bhc의 이기적인 '공정거래'
이슬기 기자
lsg@sateconomy.co.kr | 2024-01-06 06:00:46
bhc에는 언제부터인가 갑질 기업이란 꼬리표가 붙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참석한 bhc는 2020년 평균 차액 가맹금 비율이 경쟁 3사 대비 두 배나 높은 폭리를 취해 질타받았다. 지난 2020년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가맹점에 해지를 통보하고, 물품 공급을 중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5000만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이에 bhc는 “새로운 경영진은 과거 회사의 잘못된 의사결정이나 관행에 있어 일부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향후 가맹점주들과 진정한 상생을 위해 보다 낮은 자세로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bhc는 지난해 11월 송호섭 대표를 선임하고 올해 핵심 과제로 ‘공정거래’를 선택했다. 가맹점주와의 상생 협력을 위해 ‘분쟁 자율조정 협의회’를 발족하고 ‘공정’으로 체질개선에 나선단 것이다. 하지만 송 대표의 첫 행보는 ‘공정’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지난 2022년 bhc의 영업이익률은 27.9%에 달한다. 같은 해 경쟁업체인 BBQ(14.8%), 교촌치킨(1.7%)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비율이다.
그런데도 bhc는 지난달 29일부터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가격 인상의 이유는 인건비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악화된 가맹점 수익 개선을 위함이라고 밝혔다. 의아한 점은 가맹점에 납품하는 원부자재 인상률이 더 높다는 점이다.
bhc는 치킨 메뉴를 비롯한 85개 제품의 가격을 500~3000원으로 평균 12.4%, 가맹점 원부자재 공급가는 평균 8.8% 인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가맹점주가 공지받은 원부자재 품목 인상률은 평균 8.8%보다 높았다.
지난 28일 스카이데일리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bhc가 가맹점주에게 인상한 원부자재 품목은 원재료(닭 포함) 13.8%, 파우더 21.5%, 소스 8.7%, 사이드메뉴 12.7%, 포장재 49.3% 등으로 평균 인상률은 21.2%다. 포장재 같은 경우는 배달이 많은 치킨 특성상 자주 쓰이는 품목임에도 49.3%가 인상됐다.
즉, bhc는 가맹점 수익 개선을 위해 제품 가격을 평균 12.4% 인상하고, 가맹점에 납품하는 원부자재 가격은 21.2% 올린 것이다. 이는 앞에서는 가맹점 수익 개선을 외치고 뒤로는 가맹본사가 배를 불린 가격인상 방침으로 보인다.
bhc는 가격 인상에 따른 e-쿠폰(기프티콘) 차액금도 가맹점에 떠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bhc는 안내문을 통해 가맹점주에게 고객이 인상 전에 판매된 e-쿠폰을 사용할 경우, 가격 인상의 추가 금액을 받을 수 없다고 공지했다. 인상된 3000원은 고스란히 점주가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맹점 착취로 질타를 받고 ‘갑질’ 꼬리표를 단 bhc의 행보가 과연 올바른 ‘공정거래’인지 우려된다. 차라리 올해 핵심 과제로 ‘공정거래’를 운운하지 않았다면 덜 비겁해 보였을 것이다. 가맹본사만을 위한 ‘공정거래’가 아닌 가맹점주와의 ‘상생공정’을 다시 한번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토요경제 / 이슬기 기자 ls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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