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중앙일보 인수자금 어디서…CJ ENM·CJ올리브네트웍스 출자 득실은
CJ ENM 콘텐츠 협력 명분 있지만 순차입금 1.7조원 부담
지주사 CJ 차입 여력 충분…CJ올리브네트웍스는 출자 제약
계열사 공동출자 SPC·이재현 개인 투자도 대안…법적 검토 필요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 2026-10-24 10:13:07
CJ그룹의 중앙일보 인수는 자금조달보다 주주 설득이 더 까다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자금을 부담하는 계열사와 사업적 이익을 얻는 계열사가 다를 경우 투자 명분과 수익 배분구조를 함께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CJ그룹의 재무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앙일보 인수에 참여하는 CJ그룹(회장 이재현)은 지주회사 직접 출자와 미디어 계열사 투자, 특수목적회사(SPC) 설립 등 여러 방식을 검토할 수 있지만 각각 재무적·법률적 제약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우키움·CJ·신세계 컨소시엄이 제시한 인수금액은 약 5000억원으로 알려졌다. 현재 거론되는 잠정 지분율은 다우기술 47.5%, CJ 34.7%, 신세계 12.8%다. 기존 주주에게 나머지 5%를 남기는 방안이지만 채권단이 전액 무상감자를 요구하고 있어 최종 구조는 확정되지 않았다.
사업적 연관성이 가장 높은 계열사는 CJ ENM(윤상현)이다.
CJ ENM은 방송과 영상 콘텐츠 제작,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 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한다. 중앙일보의 뉴스·시사 콘텐츠와 디지털 광고사업을 연계하면 콘텐츠 제작과 유통, 광고영업 등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여지가 있다.
다만 중앙일보 인수가 JTBC의 지분이나 콘텐츠 권리 확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업적 성과를 거두려면 편집권 독립을 전제로 별도의 콘텐츠 이용계약과 공동사업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재무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CJ ENM의 올해 6월 말 연결 순차입금은 약 1조7672억원이다. 2분기 영업이익은 33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지만 콘텐츠 제작과 해외사업 확대에 따른 투자 수요도 이어지고 있다.
CJ ENM이 직접 출자하면 사업적 연관성을 설명하기는 쉽지만 추가 자금 부담에 상응하는 투자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반면 자금조달 여력은 지주회사 CJ(손경식·김홍기)가 상대적으로 크다.
CJ의 6월 말 별도재무제표상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9억원이지만 부채총계 3598억원, 자본총계 2조9907억원으로 부채비율은 약 12%다.
컨소시엄이 5000억원을 투입해 지분 95%를 확보하고 CJ가 전체 지분 34.7%를 취득한다고 가정하면 CJ의 예상 출자금은 약 1826억원이다. 이를 전액 차입해 조달할 경우 다른 재무 변동이 없다는 전제에서 지주사의 부채비율은 약 18.1%로 높아진다.
재무비율만 보면 추가 차입을 검토할 여지가 있다. 다만 2027년 만기가 돌아오는 기존 회사채와 CJ CGV 관련 자금보충약정 등 잠재적인 지원 부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지주회사가 직접 투자하는 경우에는 투자수익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중요하다. 실제 콘텐츠사업에서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CJ ENM의 성과가 중앙일보 지분을 보유한 지주회사에 그대로 귀속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금 보유 규모가 큰 CJ올리브네트웍스(유인상)도 검토 대상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상반기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 3444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차입금은 76억원으로 순현금이 3368억원에 이른다.
방송·미디어 정보기술(IT) 사업과 디지털 플랫폼 운영 경험을 갖추고 있어 중앙일보의 디지털 전환과 사업적 접점도 있다.
그러나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 CGV가 지배하는 지주회사 체제의 손자회사다. 공정거래법상 국내 계열회사 주식 보유 제한이 있어 직접 출자에는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 보유 현금 역시 자체 사업과 기존 금융약정에 필요한 자금을 제외하고 평가해야 한다.
CJ올리브영(이선정)의 배당을 활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744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주요 현금창출 계열사다. 다만 해외사업 투자 수요를 감안하면 배당 확대 여력과 기존 주주들의 이해관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은 식품·물류사업을 통해 중앙일보와 광고·유통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다. 그러나 지분투자 없이 사업 제휴만으로 실현할 수 있는 효과라면 대규모 출자의 경제적 타당성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계열사들이 투자 목적에 따라 자금을 분담하는 SPC도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
지주회사나 미디어 계열사를 중심으로 별도 투자법인을 설립하고 참여 기업들이 출자 비율에 따라 투자수익과 위험을 나누는 구조다. 투자법인을 통해 지분을 관리하면 인수 이후 자금지원과 투자금 회수 조건도 별도로 정할 수 있다.
다만 SPC 설립만으로 출자 규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가 보유하는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원칙적으로 50% 이상으로 규정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공동출자법인에는 30% 이상으로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지만, 단순히 여러 계열사가 함께 투자한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요건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신문법상 대기업집단의 일반일간신문 지분 소유한도도 고려해야 한다. 대기업과 계열회사, 일정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해 50%를 초과할 수 없기 때문에 간접투자 구조에도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또 다른 선택지는 이재현 회장의 개인 출자다.
중앙일보는 이 회장의 조부인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설립한 신문사다. 창업주의 유산을 계승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투자 결정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면 이 회장이 개인 자금으로 일부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개인 출자는 계열사 주주에게 직접적인 자금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다만 특수관계인 지분 합산과 투자조건의 공정성 등을 검토해야 하며, 현재 이 회장이 개인 출자를 추진한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인수 이후의 금융지원 문제도 남아 있다.
중앙일보의 기존 차입금과 회사채는 약 3500억원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기존 주식의 전액 소각과 채무에 대한 인수자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거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이어서 신규 투자금이 중앙일보에 유입된다. 기존 채무를 이 자금으로 상환하는 경우와 인수자가 별도의 지급보증이나 추가 자금지원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는 재무적 의미가 다르다.
따라서 CJ가 어떤 계열사를 출자 주체로 선택하든 최초 투자금뿐 아니라 향후 자금지원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종합하면 CJ그룹의 중앙일보 인수에서 중요한 것은 자금이 가장 많은 계열사를 찾는 일이 아니다. 투자 주체가 실제 사업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지, 그 수익이 투자위험을 감수하는 주주에게 돌아가는지가 핵심이다.
지주회사 차입과 계열사 직접 투자, 공동출자 SPC 가운데 어떤 방식을 택하더라도 주주를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익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단순한 사업협력을 넘어 지분을 취득해야 할 경제적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 이번 인수의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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