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의 문화산책]8월 미술관은 이미 가을…서도호·프리즈·비엔날레 온다

막 내리는 르누아르·박대성·보테로…이대원 회고전은 개막
29일 부산비엔날레 이어 9월 2일 프리즈·키아프, 5일 광주비엔날레

마리아김

문화전문기자 kimjjyy10@gmail.com | 2026-08-08 10:12:48

8월 미술관의 시계는 여름보다 한 계절 빠르다. 

 

이달 중순부터 르누아르와 고흐, 박대성, 보테로를 만나는 굵직한 전시가 잇따라 막을 내리는 사이 이대원 회고전이 새로 문을 열었다. 오는 27일에는 서도호의 대규모 개인전이 시작되고 이틀 뒤 부산비엔날레가 개막한다. 9월 2일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 5일 광주비엔날레까지 이어진다. 올해 8월은 여름 전시의 막바지가 아니라 가을 미술 시즌의 사실상 출발점이다.

먼저 서둘러야 할 전시들이 있다. 에스더쉬퍼 서울에서 열리는 에티오피아 출신 메리코켑 베르하누(Merikokeb Berhanu)의 'Cellular Memory'는 14일 막을 내린다. 작가의 아시아 첫 개인전으로,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신작 6점을 선보인다. 인체와 식물, 세포를 연상시키는 유기적 형태 사이로 회로 같은 이미지가 파고든다. 자연과 기술, 생명과 산업사회가 한 화면에서 충돌하고 공존한다.

17일까지 가나아트 남산에서는 한국 현대 수묵화를 대표하는 박대성의 '고요가 머무는 곳'이 이어진다. 전통 지필묵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화면의 크기와 먹의 움직임을 현대적으로 확장해 온 작가다. 전통을 반복하기보다 오늘의 회화 언어로 다시 만드는 박대성의 수묵을 확인할 수 있다.
 

▲ 로베르 들로네, 《파리의 도시(La Ville de Paris)》, 1910–1912. 한화 퐁피두 센터 《큐비스트: 현대적 시각의 발명》 전시 전경. [마리아 김]

 

23일에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의 '인상주의를 넘어: 르누아르·드가·고흐·마티스·피카소-디트로이트 미술관 걸작전'이 끝난다. 디트로이트 미술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인상주의에서 입체주의에 이르는 근대미술의 변화를 한자리에서 따라가는 전시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의 '페르난도 보테로: 형태의 미학'은 30일까지다. 2015년 서울 전시 이후 11년 만에 돌아온 대규모 전시로 유화와 드로잉, 조각 등 112점을 내놓았다. 로마와 바르셀로나, 바쿠를 거쳐 서울에서 세계 순회를 마무리한다. 단순히 '뚱뚱한 인물'로 알려진 보테로의 그림이 양감과 고전미술, 라틴아메리카의 기억을 어떻게 하나의 조형 언어로 만들었는지를 보는 전시다.

막을 내리는 전시가 있다면 새로 시작된 전시도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6일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가 개막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처음 열리는 이대원 회고전이다. 작품 120여 점과 아카이브 100여 점을 통해 '과수원'으로 대표되는 밝은 색점의 풍경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되짚는다. 전시는 11월 8일까지다.

서울관도 이미 가을 채비에 들어갔다. '올해의 작가상 2026'에는 이해민선, 이정우, 전현선, 홍진훤이 참여한다. 물질과 기억, 기술 시스템의 오류와 편향, 회화의 확장, 이미지와 권력이라는 서로 다른 문제를 다루지만 완결된 세계보다 그 안의 균열과 남겨진 질문을 들여다본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시는 12월 6일까지 이어진다.

같은 서울관의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는 10월 11일까지 열린다. 1960년대 말 이후 한국 현대미술에서 작품의 물질적 형태보다 개념과 언어, 과정과 맥락이 어떻게 중요해졌는지를 추적한다. 지난달 31일에는 김 크리스틴 선의 'MMCA×LG OLED 시리즈 2026'도 개막했다. 언어를 공간과 이미지로 바꾸며 언어와 정치, 소통의 문제를 건드리는 전시다.▲ 서도호, ‹Nest/s›, 2024, 폴리에스터, 스테인리스 스틸, 410.1 × 375.4 × 2148.7 cm.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는 개인전 《서도호》는 이주와 거주, 공간의 기억과 정체성의 문제를 다뤄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조망한다. © 서도호.

 

8월의 가장 큰 기대작은 27일 문을 여는 서도호 개인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초기작부터 주요 작품, 진행 중인 프로젝트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개인전으로 꾸린다. 서도호가 오랫동안 파고든 것은 '집' 그 자체가 아니다. 이주와 거주, 개인과 공동체, 기억과 정체성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옮겨가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전시는 내년 2월 9일까지 열린다.

지금 볼 수 있는 해외 작가전도 풍성하다. 스페이스K 서울에서는 12월 27일까지 KAWS의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 'FRIENDS AND NEIGHBORS'가 열린다. 신작 회화와 조각을 포함해 20여 점을 선보이며 친구와 이웃이라는 친밀한 관계 안에 공존하는 편안함과 갈등을 들여다본다.

여의도 63빌딩 별관에 지난 6월 문을 연 퐁피두센터 한화에서는 개관전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을 10월 4일까지 만날 수 있다.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 후안 그리스 등 20세기 초 시각의 질서를 뒤흔든 입체주의를 파리 퐁피두센터 소장품을 중심으로 보여준다. 90점가량의 작품으로 1907년부터 1920년대까지 입체주의의 전개를 짚는다.

한국 추상미술을 깊이 보고 싶다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의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를 빼놓기 어렵다. 유영국 탄생 110주년을 맞아 작품과 드로잉, 자료 등 170여 점을 펼쳤다. 산은 그의 화면에서 풍경의 재현이 아니라 점과 선, 면과 색으로 재구성된 내면의 구조가 된다. 10월 25일까지 무료로 볼 수 있다.

예술의전당에서는 '고야: 이성이 잠들 때, 괴물이 깨어난다'가 9월 30일까지 이어진다. 고야의 작품을 통해 이성과 광기, 인간 사회의 폭력과 내면의 어둠을 들여다본다.

미술관의 여름이 가을로 넘어가는 결정적 시점은 이달 말이다. 2026부산비엔날레 '불협하는 합창(Dissident Chorus)'이 29일 개막해 11월 1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과 부산 지역 일원에서 펼쳐진다. 음악과 안무, 퍼포먼스를 포함한 다양한 예술 언어를 통해 서로 다른 목소리가 반드시 하나로 합쳐지지 않아도 함께 존재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 프리즈 서울 2025(Frieze Seoul 2025) 전시장 전경.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행사에는 30개국 120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Frieze, 사진=Wecap Studio]

 

그리고 서울은 곧 미술시장으로 바뀐다. 프리즈 서울은 9월 2일부터 5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로 5회째인 프리즈 서울에는 30개국 125곳이 넘는 갤러리가 참여하며, 참가 갤러리의 70% 이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 행사 직전인 8월 31일부터는 을지로·한남·청담·삼청을 잇는 야간 갤러리 프로그램도 시작된다.

키아프 서울은 같은 날 개막하지만 하루 더 긴 9월 6일까지 열린다. 올해 주제는 '공존(Coexistence)'이다. 기술이 빠르게 확장되는 시대에 인간의 창의성과 감각이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마지막 주자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다. 9월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You must change your life)'를 주제로 열린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마지막 문장에서 가져온 제목이다. 올해는 오히려 참여 작가 수를 역대 가장 적은 수준으로 줄여 규모보다 작품과 작가의 실천을 깊게 들여다보는 방식을 택했다.

그래서 8월의 미술관은 '무엇을 볼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르누아르와 박대성, 보테로의 전시가 떠나는 자리에 이대원과 서도호가 들어오고, 미술관의 전시는 부산과 광주의 비엔날레, 서울의 아트페어로 확장된다. 

 

하나의 전시가 끝나고 다음 전시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미술계의 계절 자체가 바뀌는 시간이다. 8월 미술관은 이미 가을이다.

 

토요경제 / 마리아김 문화전문기자 kimjjyy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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