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억울한 LG엔솔,“돈만 쓰고 손해만”…억울함 넘어 경쟁력 회복은 가능할까(2부)

비자 리스크에 투자 멈춘 세계 2위 배터리사, 돌파구 찾을까

이덕형 기자

ceo119@naver.com | 2025-09-11 10:00:56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생산공장 현황/사진=LG엔너지솔루션 홈페이지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은 이번 미국 ICE 단속 사태를 두고 “투자는 수조 원이나 했는데, 결과는 손실뿐”이라는 뼈아픈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하루 33억 원이 새어나가고, 공장은 텅 비어 있으며, 기업 이미지는 구겨졌다. LG엔솔 입장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법 집행이 아니라, “돈만 쓰고도 억울한 피해를 본 사건”이다.


LG엔솔의 억울함은 명확하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 미국 정부의 권유와 압박 속에 북미 현지 투자를 확대해온 주체가 다름 아닌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었기 때문이다. LG엔솔은 현대차와 합작해 조지아에만 7조 원 이상을 투자했고, 애리조나·미시간·오하이오까지 합치면 총 투자액은 수십조 원에 달한다.

문제는 미국 현지 인력만으로는 첨단 배터리 장비 설치와 시운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한국 본사에서 파견된 기술자 없이는 공장 가동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인데, ICE는 이들을 “비자 조건 위반”으로 체포했다. LG엔솔이 “제도 허점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하루 33억 원 손실, 수조 원 잠식 현실화

컨설팅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은 하루 약 2,400만 달러, 한화로 33억 원 규모의 손실을 입고 있다. 이는 단순 공사 지연 비용이 아니라, 완공 지연으로 인해 생산을 시작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기회 손실까지 포함한 수치다.

여기에 금융비 부담까지 얹히고 있다. 대규모 차입으로 추진한 미국 현지 공장 프로젝트 특성상, 착공이 늦어질수록 이자 비용은 불어나고 현금흐름은 악화된다.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현지 대규모 배터리 투자를 주도한 LG엔솔의 ‘선점 효과’가 오히려 ‘손실 효과’로 돌아온 셈이다.

이번 사태는 LG엔솔이 감당해야 할 손실 이상으로 정책 리스크를 드러냈다. ICE 단속 장면이 공개되자, 국내외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지나치게 휘둘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문제는 미국 정부가 한쪽에서는 보조금을 약속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강력한 단속으로 투자를 흔드는 모순이다. LG엔솔로서는 “미국 정부의 이중적 태도에 희생됐다”는 주장을 펼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 억울함이 아니라, 글로벌 투자 환경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진다.

“비자 리스크 제로화”가 최우선 과제

LG엔솔이 앞으로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비자 리스크 해소다. 미국 내에서 기술 인력 체류·노동을 합법화할 수 있는 별도 비자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한, 같은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 측과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 신설을 위한 워킹그룹을 가동하기로 합의했지만, 실제 제도화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LG엔솔은 법률·보험적 수단으로 손실을 최소화하고, 미국 의회와 로비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도적 돌파구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LG엔솔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첫째, 현지화 강화다. 미국 내 대학·직업훈련기관과 손잡고 현지 엔지니어를 양성해 장비 설치·운영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기간에 숙련도를 확보하기 어렵고, 교육·훈련 비용이 상당하다.

둘째, 공급망 다변화다. 미국 외 멕시코·캐나다·동남아 등 규제가 상대적으로 유연한 지역에 생산 거점을 분산시키는 방안이다. 하지만 미국 보조금 혜택과 북미산 요건을 포기해야 할 수 있어, 오히려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ICE 단속 여파 외에도, 미국 내 전기차 수요 둔화 전망이 겹치며 LG엔솔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관세·정책 불확실성으로 EV 판매가 둔화되면 배터리 공급 계약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LG엔솔은 단순한 ‘손실 보전’ 차원을 넘어, 글로벌 점유율 방어라는 더 큰 과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LG엔솔의 입장은 분명하다. “미국 정부 권유대로 돈을 썼는데, 오히려 단속으로 발목이 잡혔다.” 억울함은 사실상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억울하다고 멈춰 있을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LG엔솔이 위기관리 역량을 체계화하고, 제도 개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본다. 단기 손실은 불가피하지만, 제도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현지화 전략을 강화한다면, 오히려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