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제조업계, 글로벌 경기침체, '프리미엄'이 돌파구
가전·자동차·조선, 프리미엄류 선전, 실적 부진 만회...화학·디스플레이 등 제조업 전반 확산
조은미
amy1122@daum.net | 2022-07-11 09:59:56
글로벌 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에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이 국내 제조업계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가 스태그 플레이션의 공포에 휩싸일 정도로 경제 부진이 심화하고 있지만, 고급형 프리미엄 시장이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부진할 수록 비싼 고급 제품이 잘 팔린다'는 시장의 속설이 사상 유례 없는 글로벌 경제 위기 국면에서도 또 다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프리미엄 제품은 일반 제품에 비해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이에 따라 국내 제조업체들이 현재의 글로벌 복합 위기의 돌파구로 프미미엄 제품에 더욱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의 전 분야에서 중국산의 저가 공세에 시달려온 탓에 오래전부터 국내 제조업체들이 상대적으로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집중해온 전략이 지금같은 경제 위기에 빛을 보는 것 같다"며 이러한 경향은 갈수록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전업계, 매출 부진속 프리미엄 비중 확대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은 가전 분야다. 글로벌 가전 시장이 경기 둔화에 따라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수요가 급감했다. 여기에 각종 원자재 가격과 물류 비용이 상승,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계가 출하량 대비 매출과 수익성이 좋은 프리미엄제품 위주로 사업 전략을 수정하는 이유다.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커져 하반기엔 TV수요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업계의 프리미엄 전략은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TV 출하량은 LCD TV를 중심으로 작년보다 약474만3000대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70인치 이상 프리미엄 초대형 TV 매출 비중은 사상 처음 2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대형 시장에서 프리미엄 OLED TV의 성장세도 눈에 띄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옴디아는 OLED TV의 점유율이 출하량 기준 사상 처음으로 5%를 돌파하고, 금액 기준으로는 13%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다.
모니터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에 따르면 올해 OLED와 미니 LED 등 프리미엄 모니터 패널 출하량을 지난해보다 무려 328% 증가한 360만장으로 예상된다. 전체 모니터 시장은 지난해 대비 4%, 2023년에는 올해 대비 3% 각각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프리미엄 모니터 만큼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다.
TV시장이 이렇게 큰 변화를 예고하자 업계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OLED TV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LG전자는 하반기중 세계 최대 사이즈인 97인치 OLED TV를 전격 출하하며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렇게되면 LG는 42·48·55·65·77·83·88·97형에 이르는 강력한 프리미엄 OLED TV 라인업을 갖춘다.
LG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밀라노 글로벌디자인전시회 'MDW(Milan Design Week)2022'에서 첫선을 보인 LG OLED 오브제컬렉션 신제품(모델명 LX1)을 3분기중 출시하는 한편 QNED, 나노셀 등 프리미엄 LCD TV라인업도 강화하는 등 프리미엄 제품군에 사활을 걸었다.
삼성전자 역시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QD(퀀텀닷)-OLED를 적용한 첫 TV를 북미·유럽 시장에 출시하는 등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을 빠르게 확대해 나갈 태세다. 삼성은 지난해 2500달러 이상 TV 시장에서 42.1%, 80형 이상 초대형 TV 시장에서 44.9%의 점유율(금액 기준)을 기록하며 프리미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4분기엔 세계 최대 스포츠이벤트인 카타르월드컵이 예정돼 있어 TV수요는 상반기보다 다소 회복될 것이다. 그러나 늘어나는 수요의 상당부분은 프리미엄제품의 몫일 것"이라며 "이에 따라 LG, 삼성 등 국내업체들이 세계 프리미엄TV 시장을 상당 기간 주도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자동차, 프리미엄 모델 위주로 전략 수정
자동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파동으로 한정된 반도체를 상대적으로 고가의 프리미엄 모델에 집중 투입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정착된 전기차와 SUV의 대부분이 고성능 프리미엄 모델로 대체되는 추세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프리미엄 브랜드로 특화한 제네시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자동차의 양대산맥인 벤츠와 BMW의 아성을 위협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기존 전기차에 비해 압도적인 디자인과 성능을 자랑하는 아이오닉6를 하반기중에 출시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의 새바람을 불러 일으킨다는 전략이다. 현대차의 아이오닉시리즈와 기아차의 EV시리즈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로 자리를 굳히며, 전반적이 수요 감소로 줄어드는 매출과 영업이익을 상당부분 보전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보도에서 "자동차업체들의 수익 증가의 원인을 매출과 수익성이 더 높은 럭셔리 모델 라인의 생산을 우선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현대차는 물론 벤츠, BMW 등이 매출 감소율에 비해 수익이 상대적으로 덜 감소한 것도 이같은 고급형 프리미엄 모델이 뒷받침 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프리미엄 자동차 판매대수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하지만, 매출 기준으로는 20%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은 일반 자동차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올해 자동차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위축될 것이 확실하다"면서 "그러나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유지해, 현대차 등 국내업체들이 프리미엄 자동차의 개발 및 마케팅 투자를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프리미엄 덕 세계 정상 탈환한 조선
조선업계는 가전, 자동차 업계에 비해 프리미엄 모델에 대한 집중도가 더욱 압도적이다. 아예 프리미엄 선박만 제조한다해도 지나친말이 아닐 정도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프리미엄 시장에 특화된 전략 전술로 전환, 로엔드 모델에 대한 저가공세에 치중한 중국을 밀어내고 세계 조선시장 1위를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프리미엄 모델 덕에 세계 정상을 탈환한 셈이다.
LNG운반선, 컨테이너선, PC선(석유화학제품운반용 특수선) 등 고가, 고부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선 국내 조선업계는 글로벌 복합 경제위기를 딛고 올 상반기 기준 세계 발주량 1위를 탈환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상반기 세계 발주량 2153만CGT 중 45.5%인 979만CGT를 수주, 2018년 이후 4년 만에 상반기 수주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점유율 43.4%인 935CGT를 수주한 중국을 2위로 주저앉힌 것이다.
수주 내용을 보면 국내업체들이 프리미엄 조선시장에서 얼마만큼의 높은 지배력을 지녔는지 알 수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LNG운반선·컨테이너선 등 고부가 선박 발주량 1114만CGT 중 무려 62.1%인 692만CGT를 수주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글로벌 친환경 바람에 편승, 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LNG운반선의 경우 70%(70.8%)를 넘는 호조세다. 수주 잔량면에서도 국내 조선사는 1~4위를 싹쓸이하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등의 순이다.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프리미엄 조선 수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3분기 초반에 이미 조선3사의 올해 수주 목표량의 상당부분을 채운 상태다. 특히 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이미 올해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나머지 업체들도 3분기 안에 목표치를 달성할 것이 확실시된다.
전문가들은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와 하반기 카타르 LNG운반선 대량 발주 예정 등의 호재를 고려하면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호조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자율운항 선박, 친환경 선박, 한국형 스마트 야드 등 조선업체들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는 추세여서 중국, 일본 등의 추격권에서도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전, 자동차, 조선 등 전통적인 제조업체들의 고부가 프리미엄제품 집중 현상은 석유화학 등 다른 업종으로 확산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업계의 경우 범용 LCD 비중을 낮추거나 아예 생산을 중단하고, TV용 중대형 OLED, 자동차 전장용 특수OLED 등 고부가 프리미엄 제품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경기 부진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고부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후발국의 추격권에서 멀어지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언제까지 글로벌 복합 경제위기가 지속될 지 알수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동시에 고부가 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를 통한 수익성 방어 전략이 국내 제조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조은미 기자 amy11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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