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백화점 MD를 ‘수출 인프라’로…25일 시부야서 민관 실판매 시작
콘진원 협업 첫 사업 야세, 10월21일까지 운영
현대백화점 현지 유통·매장 운영 맡아
팝업에서 정규점·공공 수출지원망으로 역할 확대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2026-09-24 09:58:12
현대백화점이 국내에서 쌓은 상품기획과 매장 운영 능력을 K브랜드의 해외 유통 인프라로 바꾸고 있다. 해외 브랜드를 골라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던 백화점의 전통적인 MD 역량을 거꾸로 활용해 한국 브랜드의 현지 판매와 시장 검증까지 맡는 구조다.
24일 현대백화점과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 시부야 파르코 등에 따르면 양측이 공동 추진하는 K패션 해외 진출 사업의 첫 판매가 25일 시작된다. 슈즈 브랜드 야세(YASE)가 도쿄 시부야 파르코 4층 ‘더현대(THE HYUNDAI)’에서 첫 팝업을 연다. 현재 파르코 공식 일정상 운영 기간은 다음 달 21일까지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해외 팝업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
현대백화점과 콘진원은 지난달 국내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백화점은 일본에서 구축한 유통망과 현지 매장 운영체계를 제공하고, 콘진원은 상품 운송·수출 비용과 현지 홍보 등을 지원한다. 공공기관의 수출지원 기능과 민간 유통기업의 실제 판매망을 결합한 구조다.
1차 지원 대상은 야세를 비롯해 베르소, 에스이오, 리이, 노앙 등 5개 브랜드다. 양측은 2차 선발을 더해 총 11개 브랜드를 지원할 계획이다. 2차 사업은 오는 11월부터 내년 4월 사이 시부야 파르코 더현대 매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핵심은 현대백화점의 역할 변화다.
더현대 글로벌은 현대백화점이 경쟁력 있는 국내 브랜드를 발굴해 해외 유통업체와 직접 협상하고 상품 수출입과 판매, 매장 운영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국내 백화점의 핵심 역량이던 브랜드 발굴과 MD가 해외에서는 K브랜드의 시장 진입을 돕는 기능으로 바뀌는 셈이다. 현대백화점도 더현대 글로벌을 공식적으로 ‘K콘텐츠 수출 플랫폼’으로 규정하고 있다.
처음부터 정규 매장을 구축한 것은 아니다.
현대백화점은 2024년 시부야 파르코에서 팝업 형태로 더현대 글로벌을 시작했다. 당시 5월부터 7월까지 운영한 1차 팝업은 약 30억원의 매출을 올려 목표의 150%를 기록했다. 이후 팝업을 반복하며 일본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한 뒤 정규 매장으로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시부야 파르코에 첫 정규 리테일숍을 냈고, 올해 7월에는 도쿄 오모테산도에 620㎡ 규모의 첫 플래그십 매장까지 열었다. 오모테산도점에는 패션·뷰티·식음료·지식재산권 콘텐츠를 함께 배치해 단순 패션 판매점을 넘어 한국 콘텐츠를 묶어 보여주는 형태로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백화점은 일본 온라인 패션몰 누구(NUGU) 운영사 메디쿼터스에도 300억원을 투자했다. 현지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온라인과 물류, 마케팅 접점까지 묶기 위한 투자다.
25일 시작되는 콘진원 협업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간다.
그동안 더현대 글로벌이 현대백화점 자체 해외사업이었다면 이번에는 정부의 중소 패션 브랜드 해외진출 사업에 현대백화점의 일본 판매망이 활용된다. 유통기업이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데서 나아가 국내 브랜드의 해외시장 진입을 위한 플랫폼 역할까지 맡게 된 것이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다. 해외에 별도 법인이나 자체 매장을 만들지 않고도 도쿄 핵심 상권에서 실제 소비자를 상대로 제품을 판매하고 가격과 상품, 브랜드 인지도를 검증할 수 있다. 전시회나 바이어 상담보다 한 단계 직접적인 시장 테스트다.
현대백화점과 콘진원은 도쿄 사업을 시작으로 협력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연내 프랑스 파리 등 유럽에서 K패션 팝업을 열기 위해 현지 유통기업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매장이나 일정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결국 현대백화점의 해외사업에서 주목할 부분은 점포 숫자만이 아니다. 국내에서 브랜드를 골라 매장을 채우던 백화점의 MD·공간기획·운영 능력을 이제 해외시장에서 한국 브랜드를 내보내는 데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5일 시부야에서 시작되는 첫 민관 협업 판매는 그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현대백화점의 다음 해외 경쟁력은 해외 매장을 얼마나 많이 내느냐보다 국내에서 찾아낸 브랜드를 해외 소비자와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에서 판가름날 가능성이 커졌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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