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정년연장 ‘세대상생’ 해법 제시
5년간 中企 정년연장 대상 148만명…청년·고령자 함께 늘린 기업 세제지원 제안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 2026-08-11 10:37:36
법정 정년연장이 중소기업에는 인건비 부담보다 숙련인력을 붙잡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년을 앞둔 근로자의 경험을 활용하면서 청년 채용까지 연계하면 ‘고령자 대 청년’의 일자리 경쟁을 세대상생형 고용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 중소벤처기업연구원과 11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정년연장 대응을 위한 중소기업 세대상생 고용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중소기업 인력포럼을 열었다. 포럼에서는 정년연장 논의를 중소기업 인력난과 청년고용을 함께 푸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실장은 향후 5년간 중소기업에서 정년연장 대상이 되는 정규직 취업자를 148만3000명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정년제를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인원은 85만5000명이다. 단순 계산하면 정년제 적용 사업장에서 매년 약 17만1000명의 숙련근로자가 정년 구간에 들어오는 셈이다.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55~59세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372만원이다. 연간으로는 1인당 약 4464만원이다. 매년 정년 구간에 들어오는 17만1000명을 1년 더 고용한다고 단순 계산하면 약 7조6000억원의 임금이 걸려 있다.
그러나 이를 모두 정년연장의 추가 비용으로만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퇴직자를 대신할 근로자를 새로 뽑으면 신규 임금과 채용·교육 비용이 발생한다. 숙련 기간도 필요하다.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이 생긴다. 정년연장의 효과는 고령 근로자의 임금뿐 아니라 대체채용 비용과 생산성 유지 효과를 함께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인력 사정은 이미 어렵다. 고용노동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300인 미만 사업체의 인력부족률은 2.6%로 300인 이상 기업의 1.4%보다 1.2%포인트 높았다. 지난해 하반기 사업체들은 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62.6%가 채용비용을 늘리거나 구인 방법을 다양화했고, 32.1%는 임금 등 근로조건을 개선했다고 답했다.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기업 비용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구조도 다르다. 포럼에서 제시된 중소기업 55~59세 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372만원으로 대기업 572만원보다 200만원 낮았다. 평균 근속연수도 중소기업 12.3년, 대기업 23.1년으로 차이가 컸다. 연공성이 강한 대기업 기준으로 정년연장 비용을 일률적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이유다.
관건은 청년 채용을 밀어내지 않는 구조다. 노 실장은 청년과 고령 근로자를 동시에 늘리고 청년 임금까지 올린 중소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고령자의 숙련은 유지하되 청년에게는 신규 일자리와 기술 이전 기회를 함께 제공하자는 취지다.
현행 세제에도 활용할 기반은 있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통합고용세액공제는 청년 정규직과 60세 이상 근로자를 우대 대상에 포함한다. 중소기업이 해당 근로자를 포함해 고용을 늘리면 첫해 증가 인원 1명당 수도권 700만원, 수도권 밖은 1000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단순한 정년 유지가 아니라 실제 고용 증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청년과 중장년을 함께 지원하는 모델도 이미 일부 시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청년과 중장년을 함께 고용한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세대이음 고용지원금’을 운영하고 있다. 두 세대의 고용이 유지되면 기업 부담금 일부를 돌려주는 방식이다. 세대 간 숙련과 디지털 기술을 서로 이전하는 구조도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정년연장은 중소기업에 비용만 늘리는 제도가 될 수도, 인력난을 완화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핵심은 근무 연령을 일률적으로 높이는 데 있지 않다. 임금과 직무를 다시 설계하고, 고령자의 계속고용을 청년 채용과 연결하는 데 있다.
오기웅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중소기업은 숙련인력 확보가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필요한 인력을 정년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계속 고용하고 있다”며 기업 여건에 맞는 유연한 제도와 재정·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인력부족률이 대기업보다 높은 상황에서 숙련근로자를 일률적으로 내보내고 다시 사람을 구하는 방식은 기업에도 부담이다. 정년연장 논의를 청년과 고령자를 함께 고용하는 기업에 세제·재정 혜택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설계한다면 고령화 대응과 청년고용, 중소기업 인력난을 함께 풀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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