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형제의 난’ 번지나”…반도체 노조 성과급 요구에 내부 균열 조짐

영업이익 15% 배분 요구에 가전·모바일 ‘온도차’…“전체 회사 아닌 특정 부문 논리” 비판 확산

이덕형 기자

ceo119@naver.com | 2026-04-28 09:52:41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삼성전자 내부에서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사업부 간 시각차’로 번지는 양상이다.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한 노조가 회사 이익의 대규모 배분을 요구하고 나서자, 가전과 모바일 등 다른 사업부에서는 형평성과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삼성전자 노조는 회사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인공지능 수요 확대에 따라 회사가 큰 이익을 낸 만큼, 이를 조합원과 적극적으로 나눠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삼성전자 전체 사업 구조를 반영하지 못한 ‘부문 중심 요구’라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에스 부문과 가전·모바일을 담당하는 디엑스 부문이 함께 운영되는 복합 사업 구조다. 

 

반도체는 최근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생활가전과 일부 세트 사업은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크게 압박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특정 사업부만으로 운영되는 회사가 아니라, 적자 사업과 흑자 사업을 통합해 전체 수익 구조를 맞추는 기업”이라며 “과거 반도체 업황이 악화됐을 때는 가전과 모바일 부문이 실적을 방어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익이 난 부문만 따로 떼어 성과를 배분하자는 주장은 기업 구조를 단순화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사업부 간 실적 편차를 내부적으로 흡수하며 운영해 왔다. 

 

반도체 업황이 부진했던 시기에는 모바일과 가전이 수익을 보완했고, 반대로 반도체 호황기에는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 이 같은 구조를 고려할 때, 특정 사업부 성과만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특히 반도체 노조가 제시한 비교 사례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노조는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사례를 근거로 들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단일 사업 구조와 복합 사업 구조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만 생산하는 SK하이닉스 같은 기업과, 반도체·모바일·가전을 동시에 운영하는 기업은 수익 구조 자체가 다르다”며 “단일 사업 기준 보상 체계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가전과 모바일 부문 내부에서도 불만이 감지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같은 회사 안에서 특정 부문만 성과를 독점하는 구조가 된다면 조직 내 갈등은 불가피하다”며 “결국 전체 임직원이 함께 만든 성과라는 인식이 무너지면 기업 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번 갈등을 두고 ‘형제 간 이익 배분 문제’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같은 조직 안에서 서로 다른 사업부가 각자의 논리를 앞세우며 충돌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임금 협상이 아니라, 삼성전자 사업 구조와 보상 체계의 방향성을 둘러싼 문제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산업 전문가는 “성과 보상은 중요하지만, 기업은 개별 부문이 아니라 전체 조직으로 움직인다”며 “특정 부문 이익만을 기준으로 한 요구는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논쟁의 핵심은 ‘누가 성과를 만들었는가’에 대한 해석 차이다. 반도체 부문은 호황의 과실을 강조하고 있지만, 회사 전체로 보면 이는 모든 사업부가 함께 만들어온 결과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향후 성과급 체계와 사업부 간 보상 구조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내부 갈등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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