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형 칼럼] 국민기업 쿠팡, 처벌보다 중요한 것은 회복의 질이다

이덕형 기자

ceo119@naver.com | 2025-12-19 09:50:06

▲이덕형 편집국장[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쿠팡은 이제 단순한 유통 플랫폼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생활 인프라에 가까운 존재가 됐다. 수십만 명이 직간접적으로 일하고, 수많은 납품업자와 판매자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쿠팡에 기대며, 소비자들은 가격 경쟁력과 배송 속도를 이유로 일상처럼 쿠팡을 선택한다. 

 

이런 규모의 기업이라면 ‘국민기업’이라는 호칭을 얻는 동시에, 그에 걸맞은 공공적 책임과 신뢰의 기준도 함께 요구받는다. 최근 불거진 보안 사고는 바로 그 지점에서 쿠팡이 성장 속도에 비해 안전과 통제 체계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음을 드러냈다. 문제는 사고 자체만이 아니다. 

 

피해 규모를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했는지, 이용자와 거래처에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고 지원했는지, 재발 방지 대책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했는지 등 사후 대응의 전 과정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기업의 브랜드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쿠팡은 “유감” 수준의 표정 관리가 아니라, 보안 투자 확대와 조직 책임 체계 재정비, 외부 검증을 포함한 상시 점검 시스템 구축 등 구조적 개선을 분명하게 약속해야 한다. 다만 여기서 처분의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영업정지’는 듣기에는 강력한 제재처럼 보이지만, 실행되는 순간 피해가 쿠팡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판매 채널이 막히는 납품업자와 소상공인, 일정이 붕괴되는 물류·배송 생태계, 대체 선택지가 줄어드는 소비자가 즉각적인 충격을 떠안는다. 다시 말해 기업을 겨냥한 처분이 시장 전체에 2차 피해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책임은 분명히 물어야 하지만, 그 책임을 묻는 과정이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양산한다면 정책은 목적을 잃는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노를 대리하는 처벌 경쟁이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재발을 막는 설계다. 과징금·개선명령·감사 및 공시 의무 강화,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배상 체계와 보안 기준 상향 등 ‘지속 가능한 제재’가 필요한 이유다. 

 

쿠팡도 더 이상 성장 서사만을 말할 수 없다. 국민기업이라면 속도와 혁신만큼 안전과 신뢰를 데이터와 시스템으로 증명해야 한다. 처벌은 필요하지만, 한국 유통 생태계가 함께 무너지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영업을 멈추게 하는 제스처가 아니라, 다시는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만드는 회복의 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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