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에 이어 AIA생명도 자회사형GA 설립…생보사 필수전략 되나
대형사만 뛰어든 자회사형GA, 지난해부터 중소형 생보사도 가세
저비용, 영업력 강화 등 장점…한화생명은 2년 만에 흑자전환
과도한 경쟁에 부작용 우려도…"소비자 피해 대책도 마련해야"
김자혜
kjh@sateconomy.co.kr | 2023-07-26 09:40:02
생명보험사들이 장기화하고 있는 영업 실적 악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가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21년까지만 해도 자회사형GA 시장에는 일부 대형 생명보험사들만 진출했으나 지난해부터는 중소형 보험사들도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올들어서는 지난 6월 흥국생명에 이어 AIA생명까지도 올 3분기 중 법인보험대리점을 설립할 예정이다.
26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자회사형GA를 보유한 생명보험사는 9개 사로 손해보험사(5개)의 두 배 가량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GA는 보험 상품을 만드는 원수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보험 판매를 전문적으로 하는 대리점이다. 반면 자회사형GA는 원수 보험사가 직접 설립하는 판매전문자회사다. 보험사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지만 자회사형GA에서도 일반 GA와 마찬가지로 타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이전 한화생명 등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대형 보험사들이 자회사형GA를 설립해왔다면, 최근에는 동양생명과 흥국생명 등 중소형사들도 합류하고 있다.
국내 보험사뿐만 아니라 미국계 생명보험사 AIA생명도 오는 3분기 중 판매전문자회사 ‘AIA 프리미어 파트너스’를 출범할 계획이다. AIA생명 측은 “기존 설계사 조직을 전면 분리하지는 않고 추가 채용을 통해 대면 채널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생보사들은 자회사형GA를 설립하면서 본사에서 영업 조직을 분사하는 '제판분리'(제조와 판매분리)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이 방식은 영업 조직을 떼어내는 것이어서 과당 경쟁과 불안전 판매 우려 등의 부작용이 예상되지만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KB라이프생명 등은 제판 분리 형식을 택했다.
■ 불황 겪는 생보업계, 자회사형GA로 탈출구 찾아
이처럼 대형 생보사 외에도 중소형, 외국계 생보사까지 자회사형GA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자회사형GA가 생보업계에 지속되고 있는 영업 실적 부진을 탈피할 만한 이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업은 2015년 이후 2017년(-4.9%), 2018년(-2.7%), 2021년(-0.6%), 2022년(-9.1%) 등 네 차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만큼 장기간 경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저축‧변액보험의 수입보험료가 줄었고,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 성장도 둔화했다. 올해 생명보험의 개인보험 초회보험료 성장률은 각각 6.9%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회사형 GA는 생명보험업계로서는 '희망의 등불'이 될 수밖에 없다. 자사 상품만 팔던 전속 조직과는 달리 다른 생보사 외에 손해보험사의 상품도 취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신한라이프가 운영하는 신한금융플러스에서는 요양과 시니어하우징 서비스를 운영하는 LC(라이프케어) 부문을 준비 중이다. 이는 자회사형GA가 보험은 기본이고 사업 다각화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 전속 조직 대비 운영 비용이 적게 들고 종신보험 중심의 계약 건만 선호하는 생보사 전속설계사의 영업 관행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초기 자회사형 GA에 진출한 일부 생보사 중 법인보험대리점 설립 효과를 거둬 주목을 받고 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 1분기 170억 원 순이익을 기록해 출범 2년 여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24%나 급증했다.
자회사형 GA업계 전반적으로도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더좋은보험지에이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생보사가 운영하는 GA의 실적 추정치는 436억 원으로 전월 대비 5.5% 증가했다.
■ GA ‘과도한 경쟁’ 환경…“소비자 피해 막을 제도적 장치 필요”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회사형GA를 통해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지만 보험설계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보험사가 운영하는 자회사형GA 외에도 소속 설계사가 500명 이상인 대형 GA는 지난해 기준 64개에 달한다. 수많은 GA에 자회사 GA까지 합세하면서 업체 간 과도하고 무분별한 경쟁이 소비자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리포트를 통해 “판매 인력 증원을 위한 과도한 비용 지출 경쟁과 설계사의 잦은 이동은 불완전 판매나 승환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싱가포르의 경우 설계사 영업 과정에서 과도한 인센티브 지급을 방지하기 위해 보수를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또 상품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적합한 상품을 객관성 있게 중립적 위치에서 추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GA 채널과 방카슈랑스가 운영되고 있고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비교추천서비스도 출시가 예정돼 있지만 보험 판매자에 대한 책임 제도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금융서비스 중개업자는 금융사와 달리 특정 금융기관 소속 없이 독립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 발생 시 배상 책임이나 수수료 공시를 통해 판매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김자혜 기자 kjh@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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