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칠레, 리튬 국유화...배터리업계, 리튬 확보경쟁 가열

보리치 대통령 올해안에 리튬국유화 선언...매장량 세계1위
앨버말·SQM 등 세계 1,2위업체의 현 사업권 국영기업이관
K배터리 중장기적 대책 고심...광산확보 등 범정부대책필요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2023-04-24 09:40:17

▲ 세계 최대 리튬보유국 칠레가 리튬의 무기화를 위해 관련산업의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칠레 앨버말 소유 리튬 광산. <사진=연합뉴스제공>

 

세계 최대의 리튬 매장량을 자랑하는 남미의 칠레가 리튬산업을 국유화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글로벌 리튬 시장의 수급 체계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리튬은 전기차, 모바일기기 등에 들어가는 배터리(2차전지)의 핵심 광물 중 하나다. 휘발성이 강해 안전성이 취약한 게 단점이지만, 효율이 매우 뛰어나서 아직 확실한 대체재가 없다.


전기차 바람을 타고 리튬이온계 배터리 수요가 급팽창, 핵심 광물인 리튬 수요도 덩달아 급증하는 추세다. 수요는 크게 늘고 있지만, 리튬의 매장 지역은 칠레, 호주, 중국. 미국 등 극소수 나라에 한정돼 있다.


이런 상황에 세계 최대 리튬 보유국인 칠레 정부가 리튬 산업의 국유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갈수록 희소가치가 커지고 있는 리튬을 선점하기 위한 자원강국의 자원보호주의가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 매장량 930만t, 세계 1위..."경제발전에 활용"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이날 방송 연설을 통해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리튬 산업을 국유화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보리치 대통령은 전국으로 방송한 연설에서 "단기간에 실현할 수 없는 경제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라며 리튬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리튬을 자국의 경제발전에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보리치는 이어 "지속 가능한 선진 경제로 이행하는 절호의 찬스라 절대로 낭비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갈수록 가치와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리튬을 무기로 경제성장과 함께 국제사회의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칠레는 자타가 공인하는 리튬 강국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리튬 매장량 기준 독보적인 세계 1위이다. 생산량 면에서도 호주에 이어 2위다. 글로벌 리튬 수급의 강력한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칠레는 볼리비아, 아르헨티나와 함께 남미의 '리튬 삼각지대'로 불릴만큼 리튬 매장량이 풍부하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자료에 따르면 칠레의 리튬 매장량은 930만t으로 세계 부동의 1위다. 세계의 35.8%를 차지한다. 2022년 기준 리튬 생산량은 3만9천t으로, 호주 다음으로 많다.

 

▲막대한 양의 리튬이 녹아있는 것으로 알려진 칠레의 소금호수. <사진=연합뉴스제공>

 

이러한 막강한 리튬 매장량과 생산량에 힘입어 칠레의 대형 리튬기업 소시에다드 키미카 이 미네라(SQM)와 알베말(ALB)은 글로벌 리튬시장 1, 2위를 석권했다.


칠레 정부의 이번 리튬 국유화 조치 추진으로 인해 앞으로 칠레 내 방대한 리튬사업의 경영권은 국영기업으로 이관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리튬사업을 관장한 국영기업으로는 세계 최대 구리 생산업체인 칠레 국영 코델코가 거론되고 있다. 보리치는 코델코가 리튬의 국유화를 위한 최선책이라며 올 하반기에 의회 승인을 받겠다고 설명했다.

■ 생산, 반출 등 리튬산업 전반 철저히 통제 방침

보리치 정부의 리튬 국유화의 의도는 명확하다. 리튬의 가치가 갈수록 커지는 만큼 리튬의 채굴에서 부터 정제, 가공, 반출까지의 전 과정을 정부가 통제권 안에 두겠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세계 각국이 리튬의 국유화하고 리튬 원료의 수출를 금지하는 등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에 관한 반출을 철저히 통제하는 국제적인 추세에 칠레도 동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멕시코는 지난해 리튬 산업의 전면 국유화를 단행했다. 멕시코는 남미 리튬보유국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등과 마치OPC와 같은 연합체 결성까지 추진중이다.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리튬 보유국 짐바브웨도 가공되지 않은 리튬 원료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배터리의 또 다른 핵심 소재인 니켈 등 원자재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중국은 더욱 전략적이다. 전기차는 물론 배터리와 핵심광물에까지 미국의 견제와 규제가 강화하는 흐름에 대응, 리튬을 비롯한 희토류를 마치 ‘최종병기’로 활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리튬 매장량이 결코 적지 않음에도 불구, 칠레를 비롯한 해외 리튬 광산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이자 2위의 배터리업체인 비야디(BYD)가 최근 칠레에 3800억원을 투입, 배터리용 양극제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궁극적으로 칠레산 리튬 확보가 주목적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전략적으로 자국이 보유한 리튬이나 희토류의 채굴과 가공생산은 최대한 늦추고 해외로 발을 넓히고 있다. 이를 통해 희소가치가 높은 자원의 국제영향력을 키워 자원의 무기화를 주도하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중국정부가 최근 네오디뮴계 희토류 자석의 공급망을 통제하기 위해 제조 기술 수출 금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칠레 북부 리튬 광산의 처리시설 <사진=연합뉴스제공>

 

■ 밸류체인 강화 포석...단기적 시장영향 약할듯

세계 자원전쟁 분위기가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에 칠레 정부가 리튬국유화를 통해 이 참전을 선언했지만, 당장 글로벌 리튬 수급에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는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SQM과 ALB 등 칠레 민간 리튬기업의 사업권 계약이 각각 2043년과 2030년까지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보리치는 이와 관련, 이들 민간기업과의 기존 장기 계약 자체를 무시하고 계약을 종료하지는 않겠다고 약속했다. 대신에 자국 기업들이 정부의 국유화 조치에 개방적으로 접근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칠레의 리튬 국유화 자체가 일각의 우려와 달리 전면 국유화 조치로 강화될 가능성도 낮아보인다. 보리치가 국영 리튬 업체에 민간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으며 리튬 탐사, 생산에 민간 기업들의 지분 참여 길을 열어 놨다.


이번 국유화 조처를 발판으로 리튬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단순 원자재 수출에 그치지 않고, 정제, 배합 등 가공 상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리튬산업의 밸류체인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중국 비야디가 칠레에 대규모 양극제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칠레 내부의 정치상황을 고려할 때 보리치 정부의 리튬 국유화 의지가 계획대로 순조롭게 이행될 지도 미지수다. 리튬국유화를 위해선 보리치와 연정을 펼치고 있는 다수 야당의 협조와 의회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데, 시장주의자 마리오 마르첼이 이끄는 실용파가 리튬 국유화에 반대하고 있는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국제정세 흐름상 보리치 정부가 칠레 내부의 정치적 장벽을 어렵게않게 돌파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칠레정부가 의회 동의 과정에서 국유화 조치의 수위 조절 가능성은 남아있으나, 어떤식으로든 국가가 리튬 산업을 관장하고 통제하는 큰 그림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K배터리업계, 수급 악화 우려...다양한 대책 필요

세계 자원전쟁이 날로 격화하는 가운데, 리튬 세계 최강 칠레가 사실상 리튬의 무기화를 선언함에 따라 중국과 함께 막대한 리튬 수요국인 대한민국 배터리업계는 중장기 리튬확보를 위한 전략을 다시 짜야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리튬 매장국인 칠레의 리튬정책의 큰 변화를 계기로 리튬수출 제한 조치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것은 물론 리튬수급체제의 재편과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리튬 확보량을 계속 늘리기 위해 광폭행진중인 중국정부와 CATL, BYD 등 주요 중국배터리기업들의 발빠른 움직임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업는 대목이다.


SQM과 장기 리튬 공급계약을 맺은 SK온 측은 칠레의 상황 전개를 모니터링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책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도 세계 리튬시장의 체제변화 가능성에 주목하며, 다양한 대책마련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 조현렬 애널리스트는 이와관련,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칠레 리튬업체와의 계약을 갱신할 경우 정부 개입이 없었을 때보다 계약 조건이 더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는 리튬과 같은 희귀원료는 특정국가, 특정기업 의존도를 낮추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정부차원에서 해외 리튬보유국과의 외교적 노력을 더욱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론 해외 리튬광산 개발을 보다 적극 나서야한다고 강조한다. 이와함께 산학연 연계의 탈 리튬 배터리와 대체 소재 개발에도 더 많은 정부지원이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와 배터리는 대한민국의 핵심 기간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점에서 핵심소재인 리튬의 안정적 수급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안정적인 리튬 확보를 위한 업계와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수반돼야 진정한 배터리 강국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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