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착륙 우려한’ 주택 시장... 이젠 ‘급격한 집값 상승’ 경계해야 할 판
서울 강남 아파트 1년전 가격 회귀 조짐·수도권 1순위 청약률 폭증
8월 주택담보대출 전달 대비 2.1조 원 증가, 가계대출 급증세 주도
정부 부동산 공급 활성화 방안 통해 주택 공급 부족 불안 해소키로
이승섭 기자
sslee7@sateconomy.co.kr | 2023-09-08 09:36:36
한동안 경착륙을 우려했던 주택 시장이 최근 꾸준한 가격 상승과 거래량 증가 속에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강세를 나타내면서 이제는 급격한 집값 오름세를 경계해야 할 형편이 됐다.
올해 1분기만 해도 약세를 크게 벗어나지 못 했던 집값이 최근 들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 강남권 아파트는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에 가격이 하락하기 이전인 1년여 전의 수준으로 되돌아갈 조심을 보인다.
지난달 수도권 1순위 청약 경쟁률도 연초 대비 무려 130배나 늘어났다. 이 같은 시장 분위기에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주택담보대출도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집값 바닥론이 확산된 데다 부동산 시장 냉각을 막기 위한 정부의 연착륙 대책이 맞물린 탓이다. 여기다 앞으로 주택 공급 물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불안감이 커진 것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엊 그제 정부가 공공 부문 주택 공급을 앞당기는 등 공급 비상 상황을 반전시킬 부동산 공급 대책을 이달 중 내놓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 집값 오름세에 주택담보대출도 다시 늘어
시장에서는 최근 집값 상승 폭이 다소 둔화되기 했지만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0.11% 올랐다. 지난 5월 넷째 주 이후 16주 연속 오름세다. KB국민은행 조사에서도 8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14개월 만에 동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 서초구 84㎡(전용면적) 아파트가 45억9000만 원에 매매됐고, 강남구 대치·개포동의 경우 30억 원을 상회한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이는 가격이 1년여 전 의 수준으로 회복해 가는 신호라고 판단한다.
이렇게 보면 서울과 수도권 주택 가격이 전고점의 80∼90%정도 회복했다는 진단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더욱이 수도권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이 지난 1월 0.28대1에 불과했으나 지난달에는 36.62대1로 폭증한 것은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
이는 부동산 연착륙을 위한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조치에다 40조 원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 시중금리 안정 등의 효과가 어우러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주택 가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빚을 내 내집 마련에 나서는 수요자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시중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올 5월까지만 해도 510조원 미만으로 정체 상태를 보였다. 그러다 6월 511조4천억 원, 7월 512조9천억 원으로 증가세를 보이더니 8월에는 515조원으로 전달 대비 2조1천억 원이나 불어난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서도 8월 주택가격전망지수가 107로 지난해 5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앞으로 주택 가격이 오를 것임을 전망하게 해 주는 대목이다.
■ 주택 공급량 늘려 시장 불안 차단에 주력해야
지속적인 주택 가격 상승과 거래량 증가는 한동안 냉각됐던 주택 시장이 정상화로 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 강남 아파트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가격 강세는 자칫 주택 시장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지적도 있다.
이런 기류는 향후 2~3년 뒤 준공 아파트 물량이 급감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작용한다. 올해 1~7월 전국 주택 착공 물량은 10만 2299채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절반 이상인 54.1%나 감소했다. 이는 2025~2026년 주택 입주 물량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분양 아파트 적체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데다 공사비 상승,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에 따른 건설업계 자금난 등이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공공의 주택 발주 물량을 앞당겨 ‘초기 비상 단계‘로 진단한 공급 위축 현상을 반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민간의 주택 공급 촉진을 위해 부동산 PF 등에 대한 건설 금융과 보증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도 이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 주택시장 과열 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 필요
급속한 집값 상승은 주택 구입 수요를 늘어나게 해 가계부채를 확대시킬 소지가 다분해진다. 뿐만 아니라 대출이자 부담 증가로 민간 소비를 위축시켜 국가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자산 불평등도 가속화할 우려가 커진다.
정부가 은행권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높이게 하고, 특례보금자리론 대출금리를 인상한 것은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이번 추석 연휴 전 부동산 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키로 한 것은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공공 부문 주택 공급을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 제공, 발주, 직접 사업 진척 상황을 챙겨 공공 부문 인허가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또 부동산 PF 만기 연장 등을 통해 위축된 주택 공급금융을 지원하는 방안은 눈여겨 볼 만하다.
전임 정부의 반시장적인 규제로 집값 폭등의 역풍이 분 것을 감안하면 시장 친화적인 규재 완화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해 시장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금융 지원과 함께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예정된 물량을 차질 없이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승섭 대기자/sslee7@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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