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보다 사장 더 받아…재계 보수표 뒤집은 성과급·주식
이재용 0원·최태원 SK㈜ 17.5억…곽노정 261억, 박정원 456억 중 376억 RSU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2026-08-15 09:34:47
재계의 상반기 보수표는 직급이나 기업 규모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삼성전자에서는 무보수인 이재용 회장보다 이원진 사장이 더 많은 보수를 받았고, SK하이닉스에서는 곽노정 사장 보수가 260억원을 넘었다. 현대차에서도 회사 한 곳만 놓고 보면 호세 무뇨스 사장이 정의선 회장보다 많이 받았다. 급여보다 실적에 따른 성과급과 주식 보상이 보수 격차를 갈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자산 순위는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한화, 롯데, 포스코, HD현대 순이다. 그러나 상반기 보수 순서는 이와 달랐다. 기업 덩치보다 보상 방식과 지급 시점이 보수 규모를 좌우했다.
재계 1위 삼성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도 보수를 받지 않았다. 2017년부터 이어온 무보수 경영이다. 반면 삼성전자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임원은 이원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으로 74억7900만원을 수령했다. 노태문 DX부문장 사장도 74억4500만원을 받았다.
노 사장의 보수 가운데 급여는 8억9200만원이다. 2024년 초과이익성과급(OPI)에 따른 주식 보상이 61억7200만원을 차지했다.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의 상반기 보수는 23억9300만원이었다. 삼성의 보수표만 봐도 직책보다 성과보상 시점이 금액을 크게 흔들었다.
재계 2위 SK에서는 차이가 더 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에서 상반기 급여 17억5000만원을 받았다. 같은 회사 장용호 사장은 급여 10억원과 상여 8억원을 합쳐 18억원을 받았다. 윤풍영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장은 성과조건부주식(PSU) 보상 64억1500만원을 포함해 77억1500만원을 수령했다. SK㈜ 공시만 놓고 보면 사장급 임원이 회장 보수를 넘어섰다.
SK하이닉스에서는 보수 격차가 더 벌어졌다. 곽노정 사장의 상반기 보수는 260억9500만원이었다. 급여는 12억5000만원이고, 상여 204억6500만원과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이익 43억7900만원 등이 붙었다. 박정호 경영자문위원은 168억9500만원, 최준기 담당은 135억4600만원, 안현 사장은 114억3700만원, 차선용 사장은 109억4000만원을 받았다.
다만 최 회장의 SK㈜ 보수 17억5000만원과 곽 사장의 SK하이닉스 보수 260억9500만원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에서도 미등기 상근 회장으로 일하지만 개인별 보수 상위 5명에 들지 않아 액수가 공개되지 않았다. 곽 사장의 보수도 월급이 아니라 지난해 실적과 과거에 설계한 장기성과보상이 올해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다.
재계 3위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에서 모두 45억원을 받았다. 현대차 22억5000만원, 기아 13억5000만원, 현대모비스 9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와 같다. 현대차 한 회사만 보면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 사장의 보수 24억5600만원이 정 회장의 현대차 보수보다 2억600만원 많았다. 그룹 총액에서는 정 회장이 앞서지만 개별 회사 보상은 직급 순서와 일치하지 않았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LG에서 48억3000만원을 받았다. 급여 24억1700만원, 상여 24억1300만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47억1400만원보다 소폭 늘었다. 삼성이나 SK처럼 대규모 주식 보상이 한 시점에 몰리지 않아 급여와 상여가 비슷한 비중을 차지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5개 계열사에서 모두 115억8000만원을 받았다.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에서 각각 25억2000만원을 받았고, 한화비전에서 23억4000만원, 한화솔루션에서 16억8000만원을 받았다. 모두 급여다. 김 회장의 보수가 100억원을 넘은 것은 대규모 주식 보상보다 여러 계열사에서 동시에 보수를 받은 영향이 컸다. 장남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3개 계열사에서 35억원을 받았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6개 계열사에서 112억2700만원을 수령했다. 롯데쇼핑 33억3000만원, 롯데지주 32억5700만원, 호텔롯데 16억2600만원, 롯데웰푸드 11억5100만원, 롯데케미칼 10억8700만원, 롯데물산 7억7600만원이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총액은 13.6% 늘었다. 롯데쇼핑 보수는 16억6100만원에서 33억3000만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고, 업황 부진을 겪는 롯데케미칼 보수는 줄었다.
포스코그룹 장인화 회장은 포스코홀딩스에서 10억3800만원을 받았다. 급여 5억1800만원, 상여 5억1900만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10억2200만원보다 1600만원 늘었다. 소유분산기업인 포스코는 오너 총수가 여러 계열사 보수를 합산하는 한화·롯데와 구조가 다르다.
HD현대 정기선 회장의 상반기 보수는 15억6240만원이었다. HD현대에서 8억4240만원, HD한국조선해양에서 7억2000만원을 받았다. 두 회사 모두 상여 없이 급여로 지급했다. 조선업 호황에도 상반기 공시 보수에는 별도의 대규모 성과급이나 주식 보상이 반영되지 않았다.
상위 그룹 밖에서는 보수표가 더 크게 뒤집혔다. 재계 14위 LS의 구자은 회장은 상반기 133억300만원을 받았다. 급여는 14억9600만원이지만 상여 44억4700만원과 주식가치연계현금 73억5900만원이 붙었다. 2023년 부여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2만7340주에 연동한 보상이 올해 현금으로 지급된 영향이다.
재계 18위 두산의 박정원 회장은 455억8000만원을 받아 주요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많은 보수를 기록했다. 급여는 18억2000만원이다. 단기성과급이 61억7000만원이고, 나머지 375억9000만원은 3년 전 부여한 RSU에서 나왔다. 당시 약 28억4000만원이던 주식 평가액은 두산 주가 상승으로 실제 지급 시점에 375억9000만원으로 불어났다.
상반기 보수 공시에서 읽어야 할 숫자는 연봉만이 아니다. 삼성과 SK는 과거 실적과 주식 보상이 전문경영인 보수를 끌어올렸다. 한화와 롯데는 여러 계열사에서 받는 보수가 총액을 키웠다. 두산과 LS는 과거에 부여한 주식 보상이 올해 주가 상승과 만나 거액 보수로 바뀌었다. 회사가 클수록 회장이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점의 성과를 어떤 방식으로 보상하도록 설계했느냐가 올해 재계 보수표를 갈랐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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