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한화 시총 급감, LG는 ESS로 방어…AI 수혜도 엇갈려
SK 30.1%·한화 19.3% 감소…LG는 5.3% 하락 그쳐
LG엔솔 제외한 계열사 시총 15.1% 감소…방어 효과 집중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2026-10-26 09:32:30
국내 주요 그룹의 시가총액이 급감한 가운데 SK와 LG의 주가 흐름이 엇갈렸다. SK는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수익성 지속 여부에 대한 우려로 큰 폭의 조정을 받았지만 LG는 AI 데이터센터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성장 기대가 하락을 완충했다. 한화는 조선·방산주 약세가 그룹 시총 감소를 주도했다.
26일 토요경제가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의 그룹별 시가총액 집계를 재분석한 결과, 지난달 말부터 이달 23일까지 SK그룹 시총은 1563조2636억원에서 1092조8306억원으로 30.1% 감소했다.
한화그룹은 119조8186억원에서 96조6347억원으로 19.3% 줄었다. 반면 LG그룹은 190조4613억원에서 180조3587억원으로 5.3%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은 18.8%였다. SK는 시장보다 11.3%포인트 더 떨어졌고 한화는 시장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LG는 코스피보다 13.5%포인트 낮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SK의 하락은 AI 반도체에 집중된 기업가치 구조를 보여준다.
SK하이닉스(곽노정 대표)의 주가는 이달 들어 28.1% 하락하면서 시총 약 365조원이 감소했다. SK스퀘어(김정규 대표)도 주가가 32.0% 떨어져 약 48조원의 시총이 줄었다.
두 회사의 감소액을 합치면 약 413조원으로 SK그룹 전체 시총 감소분의 87.8%에 달한다.
다만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SK하이닉스 지분 20.5%를 보유하고 있어 반도체 기업가치 변화가 투자회사 주가에도 반영된다. 따라서 두 회사의 시총 감소액을 독립적인 경제적 손실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이 당장 실적 악화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회사는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AI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성장성과 높은 수익성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한화의 하락은 성격이 다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김동관·이부환 각자대표)의 시총은 약 52조원에서 41조원으로 21.4% 감소했다. 한화오션(김희철 대표)은 약 24조원에서 17조원으로 30% 줄었고 한화엔진(김종서 대표)도 34.2% 감소했다.
방산·조선 등 수출기업의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원화 강세에 따른 수익성 부담과 조선업황 둔화 우려가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주가 하락만으로 실제 수주 경쟁력이나 영업실적이 악화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LG의 상대적인 방어력은 LG에너지솔루션(김동명 대표)에서 나왔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는 지난달 말 35만7000원에서 이달 23일 38만3000원으로 7.3% 상승했다. 시총은 83조5380억원에서 89조6220억원으로 6조840억원 증가했다.
토요경제가 LG그룹 전체 시총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해 계산한 결과 나머지 상장 계열사들의 시총은 같은 기간 16조1866억원 감소했다. 감소율은 15.1%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총 증가분이 다른 계열사의 감소액 가운데 37.6%를 상쇄한 셈이다.
이에 따라 LG그룹 전체 상장사 시총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달 말 43.9%에서 이달 23일 49.7%로 높아졌다.
LG그룹의 시총 방어가 계열사 전반의 고른 주가 상승이 아니라 특정 기업의 성장 기대에 크게 의존했다는 의미다.
그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와 북미 ESS 시장 확대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9월 22일 엔비디아의 AI 팩토리 생태계 프로그램인 'DSX 레디(DSX Ready)'의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협력사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용 ESS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한편 올해 말까지 북미 지역 ESS 생산능력을 50GWh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포함해 3조원 이상의 ESS 신규 수주 계약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AI 연산에 필요한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달리 LG에너지솔루션은 AI 시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전력저장 설비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한화도 ESS 사업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월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미국법인과 5GWh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공급 기간은 2028년부터 2030년까지로 미국 전력망용 ESS 프로젝트에 사용될 예정이다.
다만 이 계약은 AI 데이터센터 전용 공급계약은 아니다. 한화 역시 ESS 시장에 참여하고 있지만 그룹 전체의 주가 흐름에서는 조선·방산 계열사의 영향이 훨씬 크게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도 성장 기대를 실제 수익으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회사가 지난 8일 발표한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7560억원이다. 미국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 등 북미 생산 보조금 효과 4169억원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3391억원이다.
이 수치는 회사 전체 실적으로 ESS 사업의 독자적인 수익성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엔비디아 프로그램 선정 역시 제품 경쟁력을 검증받았다는 의미이지 신규 매출 발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시총 변화는 AI 관련 사업이라는 공통점만으로 기업가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SK에는 반도체 호황의 지속 가능성이, LG에는 ESS의 실질적인 이익 기여도가 주요 평가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화는 조선·방산 사업의 수주와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기업가치를 좌우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AI 사업 참여 자체보다 성장 기대가 얼마나 안정적인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다시 평가하고 있다. LG의 상대적인 선방 역시 ESS 성장 기대가 실제 이익으로 입증될 때 더욱 분명한 의미를 갖게 된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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