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식품, 카누 자사몰로 고객 데이터 직접 확보…유통 중심 사업모델 변화
첫 자사몰서 구매 데이터 수집…CRM으로 재구매 관리
'카누 비즈니스'로 기업시장 확대…머신 설치 뒤 캡슐 정기판매
원두값 부담 커진 기존 사업…구독·재구매가 새 수익 변수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2026-09-16 09:30:47
동서식품이 카누를 앞세워 유통 중심의 판매 방식을 바꾸고 있다. 지난해 첫 자사몰을 연 데 이어 올해 기업용 머신 사업까지 시작했다. 대형 유통망에 제품을 공급하는 기존 방식에 직접판매와 고객 데이터 관리 기능을 더한 것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동서식품은 카누 공식 스토어에서 스틱커피와 원두, 커피머신, 캡슐을 직접 판매하고 있다. 기존 카누 웹사이트와 고객 로열티 프로그램 '카누 패들'도 공식 스토어에 통합했다. 소비자는 이곳에서 머신을 등록하고 포인트를 적립·사용하거나 캡슐을 정기구독할 수 있다.
자사몰의 핵심은 판매량보다 고객 정보에 있다.
카누 공식 스토어 구축을 맡은 제일기획은 동서식품이 자사몰을 통해 기존 유통망에서는 확보하기 어려웠던 퍼스트파티(1st-party) 데이터를 직접 수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서식품은 실제 구매자의 특성과 구매 행동을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하고 고객관계관리(CRM)를 통해 회원 가입과 구매 전환도 관리한다.
기존 판매 방식에서는 이런 관리가 쉽지 않았다. 동서식품이 대형마트나 편의점, 온라인 유통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면 전체 판매량은 확인할 수 있지만 개별 소비자가 언제 어떤 제품을 사고 다시 구매하는지 직접 파악하기 어렵다.
자사몰은 이를 바꾼다. 동서식품은 회원 가입과 상품 구매부터 머신 등록, 캡슐 구독, 포인트 사용까지 고객의 구매 과정을 하나의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품을 유통업체에 공급하고 거래를 끝내던 방식에서 최종 소비자의 구매 흐름을 직접 관리하는 방식으로 범위를 넓힌 셈이다.
동서식품은 올해 기업시장으로도 판매 영역을 확대했다.
지난 4월 시작한 '카누 비즈니스'는 일정량의 캡슐을 매달 구매하는 기업에 커피머신을 제공한다. 기업이 머신을 직접 구매하면 조건에 따라 할인하고, 이미 머신을 보유한 기업에는 카누 바리스타 전용 캡슐과 네스프레소·돌체구스토 호환 캡슐을 판매한다.
이 사업에서는 머신 판매량보다 설치 이후의 캡슐 소비가 중요하다. 동서식품은 가정에서는 자사몰과 정기구독으로 고객을 관리하고 기업에서는 머신 설치와 정기 캡슐 판매로 반복구매를 확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해외 커피업체들도 머신 보급 이후의 반복구매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네슬레의 네스프레소는 올해 상반기 유기적 매출이 4.3% 증가했다. 버츄오 시스템과 호텔·레스토랑·카페 등 외부 채널이 성장을 이끌었다. 네슬레는 지난해 실적 발표에서도 네스프레소 모바일 앱이 구매 빈도와 고객당 구매액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동서식품이 직접판매를 강화하는 배경에는 원가 부담도 있다.
동서식품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1조8105억원으로 전년보다 1.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793억원으로 1.0% 늘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1684억원으로 3.1% 감소했다. 회사는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매출원가 증가를 순이익 감소 원인으로 들었다.
자사몰과 CRM이 국제 원두가격이나 환율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동서식품이 실제 구매자를 직접 파악하면 불특정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하는 것보다 고객별 구매 이력을 활용할 수 있다. 캡슐 구독과 재구매율을 높일 경우 한 번 확보한 고객에게서 지속적인 매출을 얻을 수도 있다.
아직 사업 성과를 평가할 공개 지표는 충분하지 않다. 동서식품은 카누 공식 스토어 회원 수와 캡슐 구독자 수, 재구매율, 고객당 구매액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카누 머신과 캡슐의 개별 수익성도 외부에서는 확인하기 어렵다.
앞으로는 머신 판매량과 함께 고객 유지 지표를 볼 필요가 있다. 자사몰 회원이 얼마나 다시 캡슐을 구매하는지, 구독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는지, 기업에 설치한 머신이 실제 캡슐 판매 증가로 이어지는지가 사업 성과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서식품은 카누를 통해 제품군만 늘리는 데서 벗어나 최종 소비자를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 유통망을 통한 판매가 여전히 주력인 가운데 자사몰과 구독, 기업용 머신 사업이 반복구매를 얼마나 늘리느냐가 다음 관건이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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