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의 문화산책] 작가 김선미 '불의 아이' 출간…시인 김기린 막내딸의 첫 그림에세이

두려움·사랑·관계를 글과 이미지로 기록
'칠흑·빛·불꽃·바람' 네 챕터로 내면의 변화 그려
캐릭터 직접 디자인…문장과 그림 결합한 첫 작업

마리아김 칼럼니스트

kimjjyy10@gmail.com | 2026-10-02 10:24:18

▲ 김선미의 첫 그림에세이 '불의 아이'와 책 속 주요 이미지. 두려움과 사랑, 관계와 자유를 주제로 작가가 직접 글과 이미지를 구성했다. [작가]

 

작가 김선미가 첫 그림에세이 '불의 아이'를 내놓았다. 유명 시인 김기린의 막내딸인 김 작가는 삶의 변화 속에서 마주한 두려움과 사랑, 관계의 문제를 짧은 글과 직접 만든 이미지로 기록했다.

지난달 16일 출간된 '불의 아이'의 출발점은 작가 자신의 내면이다. 지난해 큰 변화를 겪은 김 작가는 오랫동안 눌러두었던 감정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두려움과 상처,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하나의 인물로 형상화한 것이 책의 주인공 '불의 아이'다.

붉은 곱슬머리를 한 작은 아이는 책 곳곳에서 몸을 웅크리고 홀로 서거나 다른 존재와 마주한다. 버림받을까 두려워하고, 가까워지고 싶으면서도 상처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작가는 이런 장면을 통해 관계 속에서 반복되는 자신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책은 '칠흑', '빛', '불꽃', '바람'의 네 단계로 이어진다. 감정을 외면하던 상태에서 시작해 그것을 바라보고 받아들인 뒤, 관계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과정으로 이동한다.

김 작가는 두려움이나 상처를 없애야 할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 왜 상대에게 매달렸는지, 사랑받기 위해 무엇을 증명하려 했는지 스스로 묻는다. '불의 아이'와 '감각의 아이'가 서로의 상처를 확인하는 장면도 이런 질문의 연장선에 있다.

이 책이 일반적인 에세이와 다른 지점은 이미지다. 불의 아이를 비롯한 캐릭터와 배경, 색채를 김 작가가 직접 설계했다. 인물의 표정과 자세, 빛의 방향과 공간의 변화가 글에서 설명하지 않은 감정까지 보여준다. 문장이 생각을 전달한다면 그림은 그 생각이 움직이는 순간을 붙잡는다.
 

▲ 김선미 작가. [작가]

 

김 작가는 14년째 온·오프라인 여성의류 브랜드 '히크'를 운영해왔다. 디자인과 브랜드 운영 경험도 이번 작업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불의 아이 캐릭터에는 어린 시절의 자신의모습을 담았고, 색과 형태를 이용해 감정의 변화를 하나의 시각적 서사로 구성했다.

'불'이라는 제목도 책 전체를 관통한다. 불은 때로는 상처를 남기지만 주변을 밝히기도 한다. 김 작가는 감정 역시 비슷하다고 본다. 두려움과 욕망을 외면하기보다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를 바라볼 때 자신의 모습을 더 분명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이 도착하는 지점도 거창하지 않다. 상처를 완전히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인정하고, 관계 속에서도 자기 모습을 잃지 않는 데 있다.

김선미의 아버지 김기린은 '우리가 진짜로 사는 것은', '바보의 소리' 등을 통해 사람과 삶을 질문해왔다. 딸 김선미는 같은 질문을 글과 이미지라는 다른 방식으로 이어간다.

아버지가 시와 산문으로 사람의 삶을 들여다봤다면 딸은 캐릭터와 그림을 더했다. '불의 아이'는 그 차이에서 출발한 김선미 자신의 첫 목소리다.

'불의 아이'는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토요경제 / 마리아김 칼럼니스트 kimjjyy10@gmail.com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