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 질책에 뒤늦은 고소…다원시스 사태로 드러난 ‘한국철도공사’의 무책임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6-01-23 09:28:11

▲ 양지욱 토요경제 산업부장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가 전동열차 납품 계약을 맺은 ‘다원시스’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고 계약 해지 절차에 들어갔다. 1·2차 계약까지 연이어 따낸 ‘다원시스’가 반복적인 납품 지연과 열차 안전성 논란을 일으켜 코레일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만 보면 코레일은 억울한 발추처(피해자)로 보인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나 보면 전혀 다른 질문이 나온다. 왜 다원시스의 문제를 알고도 추가 계약을 체결했는가다. 그리고 그 판단에 대한 내부 책임은 어디로 갔는가다.

다원시스는 하루아침에 ‘문제 기업’이 된 게 아니다, 납품 지연과 품질 논란은 1차 계약 때부터 누적돼왔고, 이런 이유로 조달청과 코레일은 다원시스를 ‘입찰 제한 기업’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공익을 위한 발주 기관이라면 계약 중단이나 법적 조치를 더 일찍 진행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코레일은 1차 계약 물량조차 정상적으로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2024년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2차 계약 규모만 2000억원 대에 이르고 계약 금액의 30% 수준인 700억원대의 선급금도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위험신호를 알면서도 무시한 결정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이후 코레일의 태도다. 지난해부터 다원시스를 둘러싼 납품·품질 논란에 대해 언론, 국회의 비판이 이어졌지만, 코레일은 사실상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사기죄 아니냐”는 공개 발언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의 질책이 나온 뒤에야 사과와 함께 고발에 나섰다. 2년 만에 ‘피해자’의 위치에 선 셈이다.

도급 계약을 맺고 파행이 발생했다면 외부 기업을 향해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작 “왜 그 계약을 허용했는가”에 대한 내부 점검과 책임 규명은 잘 보이지 않는다. 담당자 감사는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내부 경고는 있었는지, 위험 평가 보고서는 어떻게 처리됐는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공공 발주 구조에서 더 위험한 것은 문제 있는 업체보다, 문제를 알고도 계약한 공공기관의 무책임이다. 그 선택이 수백억 원의 예산 집행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민 부담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대형 전력기업들이 장기간 입찰 담합을 통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수천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며, 그 비용이 고스란히 국민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에 전가 됐다는 전례가 있다.

 

이번 다원시스 사태 역시 예외가 아니다. 코레일의 부실한 업체 관리는 열차 요금 부담은 물론, 국민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코레일은 최근 선급금 제도 개선, 계약 관리 강화 방안과 함께 대대적인 감사를 예고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형식적인 점검이 아니라, 추가 계약이 가능했던 의사결정 전 과정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책임자에 대한 엄정한 문책이다. 

 

진짜 신뢰 회복은 고소장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스스로의 판단을 직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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