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대출엔 숨통, 개별 주담대엔 빗장…실수요자 체감 엇갈려
5대 은행 추가 대출여력 2조7800억원 받았지만 잔여 한도 2000억원 남짓
8월 집단대출 1조원 넘게 증가…개별 주담대 자체 규제는 상당수 유지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2026-09-09 09:20:01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완화한 뒤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상품별 온도 차가 나타나고 있다. 중도금·잔금 등 주택 공급과 연계된 집단대출은 공급이 다시 늘어난 반면, 개별 주택 매수자가 이용하는 주택담보대출은 은행들의 자체적인 총량 관리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0%로 높였다. 이에 따라 금융권 전체의 연간 가계대출 공급 여력은 약 30조원 추가됐다. 다만 상당 부분은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주택 공급과 청년·중저신용자 지원에 배정됐고, 일반 주담대와 신용대출에 활용할 수 있는 몫은 약 6조~8조원대로 추산됐다.
집단대출에서는 공급 확대 흐름이 비교적 뚜렷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8월 말 집단대출 잔액은 149조2970억원으로 7월 말보다 1조544억원 증가했다. 올해 들어 가장 큰 월간 증가폭이다.
다만 9월 들어서는 증가세가 잠시 주춤했다. 5대 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지난 3일 149조2648억원으로 8월 말보다 321억원 감소했다. 전체 주담대도 같은 기간 621조2730억원에서 620조5151억원으로 7579억원 줄었다.
표면적으로 가계대출 전체도 감소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8월 말 782조1192억원에서 9월 3일 781조3916억원으로 7276억원 줄었다. 하지만 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 유동화 영향을 제외하면 은행 자체 가계대출은 같은 기간 651조7709억원에서 651조8796억원으로 1087억원 증가했다. 은행 자체 대출 수요가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무엇보다 추가 총량을 받은 뒤에도 은행권의 대출 여력은 빠듯하다. 5대 은행은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기존 약 4조3400억원에서 7조1100억원으로 높여 약 2조7800억원의 추가 여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9월 3일 기준 지난해 말보다 가계대출이 이미 6조9096억원 늘어 실제 남은 여력은 2000억원 남짓으로 추산됐다.
이 때문에 개별 주담대에 적용했던 자체 규제도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월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대 3억원으로 낮췄고, 9월 초까지 두 달째 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주비·중도금·잔금 등 집단대출은 해당 자체 한도 규제에서 제외된다.
대출모집인 채널에서는 한도 부족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일 9월분 대출모집인 접수를 재개했지만 한 달치 한도가 이틀 만에 소진되면서 2일 오후 다시 접수를 마감했다. 다만 영업점을 통한 신규 대출은 계속 가능하다.
대출 실행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여러 은행에 동시에 주담대를 신청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차주가 대출 한도를 선점하기 위해 복수 은행에 신청서를 넣고 잔금 직전까지 승인을 유지하는 사례가 늘면서 다른 실수요자의 대출 한도까지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일부 대형 신축 단지에서는 잔금대출 한도가 크게 확대됐다.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 방배의 경우 5대 은행이 처음 배정한 잔금대출 한도는 총 5000억원이었지만 이후 합산 한도가 1조5500억원으로 늘었다. 금융당국이 집단대출의 총량 부담을 낮춘 뒤 은행들이 단지별 잔금대출 공급을 확대하면서 나타난 사례다.
이 같은 차이는 정부가 신축 주택 매수자만을 별도로 우대해서라기보다 주택 공급과 직접 연결된 대출을 우선 공급하는 정책 구조에서 비롯됐다. 중도금이나 잔금대출이 막히면 이미 분양된 주택의 입주가 지연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집단대출을 별도로 관리하면서도 일반 주담대와 신용대출에 대해서는 기존 관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차주 입장에서는 같은 실거주 목적이라도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에 따라 대출 접근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신축 단지 입주자는 금융사가 단지별로 확보한 집단대출을 이용할 수 있지만 기존 주택 매수자는 은행별 한도와 자체 규제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
가계부채를 억제하면서 주택 공급도 지원해야 하는 금융당국으로서는 전체 대출 총량을 얼마나 늘릴지뿐 아니라 제한된 대출 여력을 실수요자 사이에 어떻게 배분할지가 향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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