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주식매매 위반 97명…31%는 퇴직 뒤 제재, 늦은 적발이 문제

면직·정직 상당 19명 중 12명 이미 퇴직…재직자 면직은 ‘0명’
과태료 중간값 450만원…사후 제재보다 상시 감시 실효성 관건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2026-10-20 09:23:03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증권사 임직원 주식매매 규정 위반의 문제는 적발 건수보다 속도에 있었다. 최근 5년여간 제재 대상 97명 중 30명이 조치 당시 이미 퇴직해 신분상 징계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10대 증권사에서 임직원 주식투자 매매규정 위반으로 제재받은 사람은 97명이다. 이들의 거래금액은 최대 투자원금 기준 88억5360만원이다.

88억여원은 부당이득이나 투자자 피해액이 아니다. 규정을 위반해 거래한 자금의 최대 투자원금을 합산한 수치다. 거래금액만으로 위반의 경중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임직원 자기매매 관리가 반복해서 뚫렸다는 점은 확인된다.

자본시장법 제63조는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이 자기 계산으로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할 때 본인 명의를 사용하고 원칙적으로 하나의 회사·계좌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매매명세도 소속 회사에 정기적으로 알려야 한다. 금융투자회사에는 임직원 자기매매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행위와 이해상충을 막기 위한 기준과 절차를 마련할 의무가 있다.

위반은 2022년과 2023년에 집중됐다. 두 해 제재 인원은 각각 33명과 34명으로 전체 97명의 69.1%를 차지했다. 거래금액도 두 해 합계 68억4400만원으로 전체의 77.3%에 달했다. 이후 제재 인원은 2024년 9명, 지난해 8명, 올해 8월까지 2명으로 줄었다. 다만 제재조치일 기준 통계인 만큼 최근 감소가 실제 위반 감소와 곧바로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재 실효성 문제는 퇴직자 비중에서 드러난다. 전체 제재 대상자의 30.9%인 30명은 조치 당시 이미 회사를 떠난 상태였다. 특히 면직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수준의 조치를 받은 19명 가운데 12명, 63.2%가 퇴직자였다.

현행 금융기관 검사·제재 규정에서 징계는 회사가 소속 직원에게 내리는 면직·정직·감봉·견책 등 신분상 조치를 의미한다. 이미 퇴직한 사람에게는 같은 방식의 인사상 제재를 내릴 수 없어 위법·부당사항 통보와 이에 상당하는 제재 수준을 기록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반면 재직자 67명 가운데 면직 처분을 받은 사람은 없었다. 40명은 견책 이하의 경징계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과태료 부과 대상자의 1인당 과태료 중간값은 약 450만원, 최고액은 2500만원이었다.

과태료가 법정 최고액인 5000만원에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제재가 약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현행 제재 규정도 위반 정도와 고의·중과실 여부, 사후 수습 등 개별 사정을 반영해 제재 수준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규정 위반과 적발 사이의 시간이다. 올해 신한투자증권 사례에서는 2580만원 규모의 거래가 적발됐지만 당사자가 이미 퇴직해 견책 상당의 위법·부당사항 통보가 내려졌다. 지난해 메리츠증권에서 제재받은 5명도 조치 당시 모두 퇴직 상태였다.

회사 내부통제가 거래 단계에서 작동한다면 미신고 계좌나 매매명세 누락 등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조기에 확인할 여지가 있다. 반대로 감독당국 검사에서 수년 뒤 적발되는 구조가 반복되면 위반자가 회사를 떠난 뒤 책임을 묻게 되는 사례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김현정 의원은 “증권사 임직원의 주식매매 규정은 고객보다 유리한 정보 접근성을 사적 이익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상시 점검 강화와 제재 실효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임직원 자기매매 관리의 핵심은 과태료 상한을 높이는 데만 있지 않다. 위반 사실을 재직 중 확인할 수 있도록 계좌·거래내역 점검을 촘촘하게 만드는 것이 퇴직 이후 사후 통보에 머무는 제재를 줄일 수 있는 관건으로 꼽힌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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