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정기예금 첫 1000조 돌파…두 달 새 56조원 몰렸다
기준금리 3%로 오르자 예금금리도 상승…증시 대기자금은 100조원 안팎으로 감소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2026-09-03 09:10:29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사상 처음 월말 기준 1000조원을 넘어섰다.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 금리가 연 3%대로 올라선 가운데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중 자금 일부가 다시 은행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8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1005조2319억원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월말 기준 100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기예금으로 들어오는 자금의 속도도 빨라졌다.
지난 6월 말 949조3998억원이었던 정기예금 잔액은 7월 한 달 동안 35조5401억원 늘었다. 8월에도 20조2920억원이 추가되면서 두 달간 증가액은 55조8321억원에 달했다.
상반기 증시로 향했던 자금 흐름이 일부 되돌아오는 가운데 예금 금리가 오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7월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지난달 27일 다시 0.25%포인트 인상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3.00%다.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은행 예금 금리도 반등했다. 최근 5대 은행의 주요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대체로 연 3.20~3.25% 수준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서는 연 3%대 중후반 수준의 상품도 나오고 있다.
반면 증시 주변에 머무는 대기자금은 줄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27일 96조7090억원까지 감소했다. 지난 1월23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8일에는 99조8138억원으로 다시 늘었지만 100조원을 밑돌았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6월4일 139조6947억원까지 불어난 바 있다. 이후 국내 증시가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면서 증시로 들어오는 대기자금도 빠르게 줄었다.
다만 정기예금 증가분을 모두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법인자금과 기관자금 등도 정기예금에 포함되는 데다 개인투자자 자금 가운데 일부는 해외 주식 등 다른 투자처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증시가 부진했던 7~8월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약 70억4000만달러, 한화 9조7000억원에 달했다. 예금 증가와 함께 투자처가 분산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은행권의 수신 경쟁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가 두 달 연속 오른 데다 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높이고 특판 상품을 내놓으면서 예금의 가격 경쟁력이 이전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향후 자금 흐름은 기준금리와 증시 방향에 좌우될 전망이다.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커지면 정기예금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는 반면 증시가 다시 강한 상승세를 보일 경우 은행으로 이동한 대기자금이 투자시장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