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협 “징벌적 손해배상 5배법, 기업활동 위축시킬 것”
최성호 기자
choi@sateconomy.co.kr | 2025-11-12 09:10:28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한국상장회사협의회(상장협)가 여권이 추진 중인 ‘5배 징벌적 손해배상제’ 상법 개정안에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상장협은 이번 법안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경제 전반의 거래위축과 과도한 소송 남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장협은 지난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법무부에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해당 개정안은 상인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손해의 5배 또는 그 원인행위로 얻은 이득액 중 더 큰 금액을 배상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기존 손해배상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으로, 경제계에서는 사실상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일반법화로 보고 있다.
상장협은 상법상 ‘상인’의 개념이 포괄적이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개인사업자·소상인까지 적용 대상이 된다며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거래 리스크가 급증하면 계약 체결이 위축되고, 혁신투자나 신제품 개발 등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기업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상장협은 개정안이 실제 피해액보다 훨씬 큰 손해배상을 가능하게 해 손해배상을 노린 투기성 소송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손해의 5배까지 배상을 인정하는 규정은 경영상 단순 과실까지 징벌 대상으로 확장될 우려가 있다며 결과적으로 기업 경영 리스크가 폭증하고 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협은 해외 주요국 사례를 들어 이번 법안이 국제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의견서에 따르면 독일·프랑스·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지 않았고, 영국과 미국도 명문 법률이 아닌 판례를 통해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상장협은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장 널리 인정되는 미국에서도 법원이 배상액을 과도하게 산정하지 못하도록 심사기준을 마련하고 있으며 오히려 초고액 배상에 대한 제동 움직임이 강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경제계에서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정상적인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한 계약 분쟁까지 고의 또는 중과실로 간주돼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대기업 법무팀 관계자는 배상 리스크가 커지면 기업들이 리스크가 높은 거래를 회피하게 되고 결국 시장 전체의 혁신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로펌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본래 형사적 제재의 개념인데 이를 민사 손해배상에 그대로 도입하면 사실상 이중 처벌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 개정의 취지가 소비자 보호나 공정거래 강화라 하더라도 기업의 위법 행위에 대한 제재는 이미 형사법 체계 내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며 상법상 일반 규정으로 징벌배상을 도입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경제계는 이번 상법 개정이 자칫 기업들의 위축경영을 고착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사회적 책임 강화보다는 소송 회피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투자와 고용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장협 관계자는 징벌배상 일반화를 논의하기보다 기업 책임 강화와 피해자 보호를 균형 있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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