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ISA '놀리는 돈' 줄인다…연말 한도 이월 수요도 겨냥
RP 자동매수로 계좌 내 예수금 운용…연 2000만원 미사용 한도 다음해 이월
올해 개설하면 내년 최대 4000만원 납입 가능…세액공제는 만기 연금 이전 때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2026-11-05 10:06:06
한국투자증권(대표 김성환)이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환매조건부채권(RP) 자동매수 기능을 도입해 계좌 안에 남아 있는 대기자금 운용까지 자동화한다.
연말을 앞두고 ISA를 미리 개설해 올해 사용하지 않은 납입 한도를 내년으로 넘기려는 투자자 수요와 계좌 내 유휴자금 운용 수요를 함께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은 5일 뱅키스 중개형 ISA에서 RP 자동매수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고객이 한 번 신청하면 별도의 매수 주문을 내지 않아도 계좌에 남아 있는 예수금을 활용해 RP를 자동으로 매수한다.
이 기능의 핵심은 새로운 세제혜택보다는 ISA 안에서 현금으로 머무는 자금의 운용 효율을 높이는 데 있다. 중개형 ISA는 가입자가 주식과 ETF, 채권, RP 등 투자상품을 직접 선택하는 구조여서 매수 전이나 상품 교체 과정에서 예수금이 발생할 수 있다. 자동매수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 자금을 별도 주문 없이 RP에 운용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일 MTS 개편 과정에서도 중개형 ISA의 RP 자동매수 기능 도입을 공개했다.
연말이라는 출시 시점도 중요하다. 현행 ISA 납입 한도는 연간 2000만원, 총 1억원이며 해당 연도에 사용하지 않은 한도는 다음 해로 이월할 수 있다. 올해 새로 계좌를 만들고 납입하지 않았다면 올해 한도 2000만원이 내년으로 넘어가 내년에 최대 4000만원을 납입할 수 있다. 올해 일부 금액을 넣었다면 남은 한도만 이월된다.
다만 ISA 계좌를 만들거나 돈을 넣는 것 자체가 연말정산 세액공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금저축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과는 세제혜택 구조가 다르다.
ISA는 계좌 내 상품의 이익과 손실을 합산한 순이익 가운데 일반형은 200만원, 서민·농어민형은 400만원까지 비과세한다. 이를 넘는 순이익에는 9.9%의 분리과세를 적용한다. 의무가입기간은 3년이다.
연말정산과 직접 연결되는 혜택은 ISA 만기자금을 연금계좌로 넘길 때 발생한다. ISA 계약기간을 채운 뒤 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연금저축이나 IRP로 이전하면 이전액의 10%, 최대 300만원을 연금계좌 세액공제 한도에 추가할 수 있다. 국세청도 ISA 만기자금을 연금계좌에 납입한 해에만 이 추가 한도를 적용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RP 자동매수는 이 같은 절세계좌의 운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현금 공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일부터 원화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을 100만원 이하 연 2.0%, 100만원 초과 연 0.6%로 적용하고 있다. 반면 RP는 매수 당시 회사가 고시한 약정수익률을 적용한다. 실제 RP 수익률은 시장금리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자동매수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일정한 추가 수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위험 구조도 예수금과 다르다. 중개형 ISA에 남아 있는 미사용 현금은 예금자보호 요건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지만 RP는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채권 등 유가증권을 기초로 한 투자상품이어서 자산가격이나 신용위험 등에 따라 원금 손실 가능성도 있다. 자동매수가 편의성을 높이는 대신 예수금을 투자상품으로 전환한다는 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ISA 시장이 빠르게 커진 점도 증권사들이 계좌 기능을 세분화하는 배경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ISA 가입자는 1005만명, 가입금액은 76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고르는 투자중개형 가입자가 897만5000명으로 전체의 89.3%를 차지했다. 투자중개형 자산 가운데 ETF 비중은 50.8%, 주식은 36.1%였다.
한국투자증권이 RP 자동매수 기능을 붙인 것도 중개형 ISA 경쟁이 단순 계좌 유치에서 실제 자금 운용 편의성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연말 전에 계좌를 열어 이월 한도를 확보한 투자자가 늘어날수록 내년에는 증권사별로 이 자금을 실제 투자상품에 얼마나 유치하느냐가 중요해진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30일까지 자동매수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에게 커피 쿠폰을 제공하고 중개형 ISA 신규 고객에게 금현물 ETF 1주를 지급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ISA 가입자 1000만명 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증권사들의 경쟁도 계좌 개설 혜택에서 계좌 안의 대기자금까지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로 확대되고 있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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