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성장은 멈췄는데 비용은 굳어졌다 (1부)
새벽배송 전국화 이후, 컬리 재무제표가 보내는 위험 신호
최성호 기자
choi@sateconomy.co.kr | 2026-02-04 08:56:44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컬리는 전국 새벽배송망을 완성했지만, 그 이후 매출 성장은 멈췄고 비용 구조는 되돌릴 수 없는 고정비 형태로 굳어졌다. 전자공시를 통해 확인되는 숫자는 컬리가 여전히 ‘성장 기업’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
컬리(=대표이사 김슬아)의 외형 성장세는 2025년 들어 뚜렷하게 둔화됐다. 4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4년 컬리의 연간 매출은 2조1,956억원이었다. 그러나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7,381억원에 그쳤다.
단순 연환산 기준으로도 전년 매출을 회복하기 어려운 흐름이다. 전국 단위 새벽배송 체계를 완성한 이후에도 매출이 다시 가속되지 못했다는 점은, 기존 성장 공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매출 정체보다 더 뚜렷한 변화는 비용 구조에서 나타난다. 2025년 1분기 기준 컬리의 유형·무형자산 장부가액 총계는 1조2,229억원에 달했다. 같은 해 3분기 말 기준 장부가액은 1조1,084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이는 자산 매각이나 사업 축소에 따른 결과가 아니다.
대부분 감가상각 누적에 따른 장부가치 하락이다. 즉 컬리는 자산을 줄인 것이 아니라, 대규모 투자가 비용으로 전환되는 국면에 본격 진입했다.
김포·창원·평택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한 시설장치, 물류 설비, 소프트웨어 자산은 여전히 손익계산서의 중심에 놓여 있다. 이들 자산은 가동률이 낮아져도 비용이 크게 줄지 않는 구조를 갖는다.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국면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성장세가 둔화되면 고정비 부담이 그대로 손익을 압박한다. 실제로 2025년 들어 자산 감소 속도보다 매출 둔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은 재무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업계에서는 컬리의 현재 국면을 ‘성장 이후 비용 구간’으로 평가한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확장 국면에서는 강력한 차별화 요소였지만, 전국망을 완성한 이후에는 추가 성장 여력이 크지 않다”며 “물류센터와 인력, 시스템 비용이 고정된 상태에서 매출이 정체되면 수익성은 급격히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물류 업계 관계자도 “대형 풀필먼트 센터는 축소나 전환이 쉽지 않은 구조”라며 “초기 투자 판단이 이후 수년간 손익을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전자공시상 컬리는 여전히 대규모 자산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자산이 만들어내는 추가 매출은 제한적이다. 이는 ‘규모의 경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고정비 기업이 맞닥뜨리는 전형적인 위험 신호로 해석된다.
새벽배송 전국화라는 전략적 선택이 성장기에는 투자였지만, 현재는 수익성을 잠식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컬리를 여전히 플랫폼 혁신 기업으로 분류하지만, 숫자는 냉정하다.
매출은 정체됐고, 자산은 비용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컬리가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르지 못한다면, 지금의 비용 구조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전자공시가 보여주는 컬리의 현재는 ‘확장의 끝’이자 ‘전략 전환의 기로’다.
(=2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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