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의 재계 집결, 중국 다시 보는 삼성·SK·LG…공급망 리셋 신호탄 될까

총수급 방중 이후 귀국, 미중 경쟁 속 생산기지·협력 구조 재점검 본격화

이덕형 기자

ceo119@naver.com | 2026-01-22 08:45:53

▲중국 베이징 조어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 국내 기업 대표들이 기념촬영을 기다리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뒷줄 왼쪽부터 허태수 GS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자은 LS 회장, 최병오 패션그룹 회장,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6년 만에 꾸려진 경제사절단에 동행해 중국 주요 기업들과 교류한 뒤 귀국하면서 한중 경제협력 재가동 가능성이 시장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중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에서 이번 방중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한국 대기업들의 중국 사업 전략을 재정렬하는 계기로 해석된다.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핵심 산업 전반에서 중국 의존 구조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향후 실적과 투자 방향을 좌우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방중의 상징성은 ‘시간’과 ‘구성’에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주도한 경제사절단이 중국을 찾은 것은 2019년 이후 6년 만이며, 삼성·SK·LG·현대차 등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참여한 것도 이례적이다.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는 CATL, TCL, 텐센트, ZTE 등 중국 제조·플랫폼·통신 핵심 기업 경영진이 대거 참석해 공급망, 기술 협력, 시장 확대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는 미중 기술 갈등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양국 기업들이 정치 리스크와 별개로 실질적 사업 협력 채널을 유지하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는 시안 낸드 공장과 쑤저우 패키징 공장을 통해 중국 내 생산 비중이 여전히 높으며,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와 수출통제 환경 속에서 설비 투자 유지 여부와 공정 고도화 전략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 접촉은 중국 지방정부 및 파트너 기업과의 협력 안정성을 재확인하는 성격이 강하다. SK하이닉스 역시 우시 D램, 다롄 낸드, 충칭 패키징 공장을 운영하며 중국 생산 거점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미중 갈등 장기화에 따른 리스크 분산 전략과 중국 내 사업 지속성 확보가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이다. 

 

LG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 난징 공장을 중심으로 중국 배터리 산업 생태계와 연결돼 있으며, CATL과의 경쟁 구도 속에서 소재·공정·고객 다변화 전략이 향후 수익성 방어의 관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베이징·옌청 공장을 운영하며 중국 내 판매 부진을 겪어왔으나, 전기차 전환과 중국 내 로컬 파트너십 재설계가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라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교류의 의미가 작지 않다. 

 

재계 전반에서는 이번 만남이 단기적인 투자 확대나 대규모 계약으로 즉각 연결되기보다는, 공급망 안정성 확보와 사업 리스크 관리 차원의 ‘관계 복원’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가 완화 국면에 들어설 경우, 중국 시장은 다시 한 번 생산·소비 양 측면에서 전략적 비중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 동시에 한국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미국·동남아 투자도 병행하고 있어, 향후 전략은 ‘중국 완전 회귀’가 아닌 ‘다극화된 공급망 재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정책 리스크와 환율 변동, 현지 규제 변화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반대로 중국 내 협력 안정성이 높아질 경우 설비 가동률 개선, 물류비 절감, 원가 안정화 등 실질적 실적 개선 요인도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총수급 방중은 외교 이벤트를 넘어 한국 대기업들의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신호로 해석되며, 향후 분기 실적 발표와 투자 계획에서 중국 관련 전략 변화가 구체적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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