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버스 파업은 멈췄지만, 통상임금 폭탄은 남았다
임금 2.9% 인상·정년 65세 합의…임금체계 개편 미룬 채 ‘재정 리스크’ 다음 국면으로
이덕형 기자
ceo119@naver.com | 2026-01-15 08:39:22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이틀간의 전면 파업 끝에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임단협에 합의하면서 대중교통 정상화는 이뤄졌지만, 통상임금 판결을 둘러싼 구조적 갈등과 준공영제 재정 부담 문제는 그대로 남아 향후 추가 충돌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14일 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특별조정위원회 2차 사후 조정회의에서 공익위원 조정안을 수용하며 2025년도 임금을 2.9% 인상하고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13일부터 진행된 총파업은 철회됐고, 15일 오전 첫차부터 서울 시내버스는 정상 운행에 들어갔다. 파업 기간 가동됐던 지하철 증편과 자치구 셔틀버스 등 비상수송대책도 모두 해제됐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노조 요구에 일정 부분 부합하는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이었다. 임금 인상률 2.9%는 노동위원회 1차 조정안이었던 0.5%보다 크게 높아졌고, 노조가 요구했던 3%에 근접한 수준이다. 정년 역시 현행 63세에서 올해 7월 64세, 2027년 7월 65세로 단계적 상향이 결정됐다. 고령 운전자 관리와 인력 수급 안정이라는 노조 요구가 부분 반영된 결과다. 서울시의 운행 실태 점검 제도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서는 노사정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도 개선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장이 주목하는 핵심 쟁점인 통상임금 반영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문제는 이번 합의에서 완전히 빠졌다. 노사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과 이를 서울 시내버스 회사에 처음 적용한 동아운수 항소심 판결을 놓고 해석이 극명하게 갈려왔다.
사측은 통상임금 범위 확대가 인건비 급증으로 이어질 경우 준공영제 재정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방식의 임금체계 개편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반면 노조는 통상임금 소송은 사법 판단 영역이며 임단협에서 임금 구조를 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기본급 인상만을 요구했다.
이번 합의는 갈등을 일시적으로 봉합했을 뿐, 통상임금에 따른 잠재 비용 부담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재정 리스크는 여전히 유효하다. 서울 시내버스는 준공영제로 운영돼 인건비 상승분 상당 부분이 결국 서울시 재정 부담으로 전가된다.
통상임금이 확정적으로 확대될 경우 미지급 임금 소급분, 향후 임금 총액 증가, 연금·퇴직금 연동 비용까지 중장기 재정 압박이 불가피하다. 현재 전국 7개 준공영제 운영 지자체 가운데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지지 않은 곳은 서울이 유일하다는 점도 구조적 부담을 키우는 요소다.
파업 과정에서 드러난 교섭 구조의 한계도 과제로 남는다. 노사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임단협 교섭을 이어왔지만 통상임금 해석을 둘러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7천여 대 가운데 대부분이 운행을 멈추는 초유의 교통 마비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첫날 운행률이 6%대에 그치며 혹한기 출퇴근 시민 불편이 극심해지자 뒤늦게 협상이 재개됐고, 사회적 부담이 임계점에 이른 뒤에서야 타결이 이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향후 변수는 동아운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단이다. 노사 모두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상태로, 판결 결과에 따라 통상임금 적용 범위와 소급 부담 규모가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 판결 이후 다시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불가피해질 경우, 이번과 유사한 노사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파업 종료 직후 시민 불편 해소와 교통 안정화 메시지를 강조했지만, 준공영제 구조 개편과 장기 재정 관리에 대한 근본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대중교통 안정성과 노동 조건 개선, 재정 지속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목표가 동시에 충돌하는 구조 속에서, 이번 합의는 ‘운행 정상화’라는 단기 목표만 달성한 타협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통상임금 판결이 확정되는 시점을 기점으로 서울 시내버스 임금 구조 전반에 대한 재설계 논의가 다시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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