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통상임금 확대 합의…“6.8조 원 인건비 폭탄” 현실화 우려
대법원 판결 이후 상여금·휴가비 등 산입…노사 갈등 확산 조짐, 다른 업계로 번질 가능성
최성호 기자
choi@sateconomy.co.kr | 2025-09-28 08:28:48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조건부 상여금과 휴가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기로 합의하면서 국내 재계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될 조짐이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불씨가 된 통상임금 확대 논란이 완전히 기정사실화되면서, 기업 인건비 부담과 노사 갈등 격화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조건부 정기 상여금도 ‘정기성·일률성’을 충족한다면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기존에 제외되던 휴가비·명절 귀향비 등도 통상임금에 편입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고정성 요건이 사실상 빠지면서, 노조는 통상임금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고 사측은 반발하는 구도가 고착됐다.
현대차는 이번 임단협에서 휴가비, 명절 지원금, 연구 능률향상비, 연장근로 상여금, 임금체계 개선 조정분 등 5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산입하기로 했다.
기아 역시 명절 보조금, 하기 휴가비 등을 포함하는 합의안을 내놨다. 업계 2·3위 완성차 업체의 결정으로 다른 대기업들 역시 유사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인건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조건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연간 6조7,889억 원 규모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이는 청년 실업자 전원에게 연간 2,794만 원씩 지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재계는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인건비 폭탄”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현장 갈등도 거세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는 파업 직전까지 치달았다가 협상을 유보했으며, 창원 지역 버스업체와 기사 간 통상임금 소송에서는 운전기사들이 승소했다.
법원은 사측의 ‘신의칙’ 위반 항변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기업들이 향후 소송에서도 신의칙을 근거로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용노동부는 기업별·수당별 산입 여부를 개별적으로 안내하고 있지만, “통상임금 판단은 결국 노사 합의 영역”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완성차 업계의 선례가 제조·서비스업 전반으로 번질 경우, 통상임금 문제는 새로운 노사 불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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