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효과, 트럼프 2기 첫 금리인하…물가·고용 ‘이상한 균형’ 속 신중한 스몰컷(1부)
이덕형 기자
ceo119@naver.com | 2025-09-18 08:21:58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춰 4.00∼4.25%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 만의 인하다. 물가와 고용지표가 엇갈리는 ‘이상한 균형’ 속에서 경기 둔화를 우려하면서도 급격한 부양책을 피한 신중한 조치로 평가된다.
미 연준은 이번 결정의 배경을 “경제 성장 둔화와 고용시장의 하방 위험”이라고 설명했다. 발표문에서 “최근 지표들은 상반기 경제 활동의 성장이 완화됐음을 보여준다. 고용 증가세는 둔화했고, 실업률은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노동시장은 아직 완전 고용에 가까운 상황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민 규제로 노동 공급이 줄고, 기업들의 신규 고용 수요도 함께 둔화하는 현상이 겹치면서 파월 의장이 ‘이상한 균형(curious balance)’이라고 표현한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의 신규 고용 증가폭은 15만 명에 그쳤다. 팬데믹 이후 회복세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이민자 유입이 줄어든 가운데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에서 신규 채용이 위축된 결과다.
반면 실업률은 4.5%로 여전히 낮은 편이어서, 연준 입장에서는 고용시장을 경기 부양의 명분으로 활용하기도, 물가 안정을 이유로 금리 동결을 고수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인플레이션 부담 여전…관세 정책의 파급 강조
물가 상황 역시 복합적이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0% 상승을 유지하고 있으며, 근원 PCE는 3.1%로 고착화 조짐을 보인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올해 인플레이션 상승의 상당 부분은 관세 정책에 따른 상품 가격 인상에서 비롯됐다”며 “효과가 일시적이지 않고 연말과 내년에 걸쳐 누적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 2기 들어 무역적자 축소와 제조업 부흥을 명분으로 관세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수입물가 상승이 가계 부담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파월 의장이 큰 폭의 인하(빅컷)를 주저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2%)를 웃도는 가운데 성급한 금리 인하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내부 이견 표출…만장일치 깨진 두 번째 회의
이번 FOMC에서는 내부 의견 불일치가 또다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해 이번에 첫 투표권을 행사한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0.50%포인트 인하에 표를 던졌다.
나머지 다수는 0.25%포인트 인하를 선택해 최종 결론이 내려졌다. 지난해 7월에도 트럼프가 1기 때 임명한 두 명의 위원이 동결이 아닌 인하안을 지지하며 만장일치가 무산된 바 있다.
이처럼 연준 내 이견은 정치적 압력과 경제 지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과감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며 연준을 압박해 왔지만, 파월 의장과 기존 위원들은 물가 불안을 이유로 속도 조절을 고수해 왔다.
이번에도 연준은 “경기가 나쁜 것은 아니다”라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통해 ‘빅컷’을 거부하며 독립성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 시사
연준은 이번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예상 중간값을 3.6%로 제시했다. 이는 6월 전망(3.9%)보다 낮아진 수치다. 현재 금리 수준에서 0.25%포인트씩 두 차례 더 인하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19명의 위원 중 12명이 올해 추가 인하를 전망했으며, 그중 9명은 두 차례 인하를 예상했다. 일부 위원은 연말 금리를 2.75∼3.00%까지 낮춰야 한다는 견해를 내기도 했다.
올해 남은 FOMC 회의는 10월과 12월 두 차례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10월 추가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과, 연말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12월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다만 연준이 경기 둔화를 명분으로 삼고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면 두 차례 인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한국과의 금리차, 1.75%p로 축소
이번 인하로 한국은행 기준금리(2.50%)와 미국 금리 상단(4.25%)의 격차는 1.75%포인트로 줄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포인트 이상 벌어져 있던 한·미 금리차가 완화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은 다소 완화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미국 금리가 높은 수준이어서, 외국인 자금이 한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유입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독자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원화 가치 방어에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서울 금융시장은 연준의 금리 경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 금리차가 1.5%포인트 이하로 좁혀질 때 비로소 외국인 자금 유입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성장률 전망 상향에도 낙관은 이르러
연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상향 조정했다. 6월 발표치(1.4%)보다 높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 평균 성장률(2%대)에 크게 못 미친다.
파월 의장은 “경제가 나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글로벌 경기 둔화와 노동시장 변화가 중장기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특히 제조업 투자가 활발해지는 듯 보이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무역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서비스업 회복도 완만해, 소비와 고용 모두에서 확실한 반등 모멘텀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치와 경제 사이에서 줄타기
이번 금리 인하는 경제 지표와 정치 압력이 교차하는 국면에서 나온 결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내내 금리 인하를 강력히 요구해 왔으며, 2기 집권 이후에도 같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연준은 물가와 고용의 균형을 고려해 속도 조절을 택했다.
미국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트럼프 2기에서도 여전히 시험대에 올랐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정치가 아니라 데이터에 근거해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마이런 이사 등 트럼프 측근 인사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연준 내부 의사결정 구도에도 변화를 예고한다.
스몰컷의 의미
결국 이번 금리 인하는 ‘경기 둔화 방어’라는 명분과 ‘물가 불안 억제’라는 과제를 동시에 고려한 절충적 조치였다. 연준은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누그러뜨리면서도 향후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 두는 신호를 보냈다.
스몰컷은 연준이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향후 경기 흐름에 따라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경제가 ‘이상한 균형’ 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기울지, 10월과 12월 회의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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