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유 가격 8% 상승 ‘억제’ 가격 통제 효과 나타나
유럽 평균 3,538원 vs 한국 1,815원…최고가격제 단기 안정, 장기 부담·공급 불안 변수
최성호 기자
choi@sateconomy.co.kr | 2026-04-08 08:18:55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중동 전쟁 이후 한 달간 유럽 경유 가격이 약 32% 급등한 반면 한국은 8% 상승에 그치며 가격 억제 효과가 나타났다. 다만 최고가격제 중심의 정책 개입이 장기화될 경우 공급 축소와 세금 부담 증가 등 부작용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소비자 체감 부담은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과 정유업계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럽 20개국의 3월 넷째 주 자동차용 경유 평균 가격은 L당 3,538.7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 평균 1,815.8원 대비 약 두 배 수준이다. 상승률 역시 차이를 보였다. 유럽은 3월 첫째 주 2,685.99원에서 852.71원 올라 31.75% 상승한 반면 한국은 1,680.4원에서 1,815.8원으로 135.4원 올라 8.05% 상승에 그쳤다. 상승 속도 기준으로 보면 유럽이 한국보다 약 4배 가파른 흐름이다.
국가별로는 네덜란드가 4,278.1원으로 가장 높았고 덴마크 4,118.3원, 핀란드 4,009.4원 순이었다. 가장 저렴한 슬로바키아도 2,718.9원으로 한국보다 약 900원 높았으며 헝가리 역시 2,888.1원으로 한국보다 비싼 수준을 유지했다.
고급 휘발유 가격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유럽 19개국 평균은 3,225.67원으로 한국 평균 2,112원 대비 1.5배 수준이며 상승률 역시 유럽 17.09%, 한국 7.06%로 격차가 나타났다.
◇ 정부의 가격 억제 정책이 작용
정부는 지난달 13일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처음으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제도 시행 1주일 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주 대비 72.3원 하락한 1,829.3원을 기록하며 즉각적인 안정 효과가 나타났다.
일본 역시 정유사 보조금 지급 정책을 통해 경유 1,558.7원, 고급 휘발유 1,769.10원 수준으로 한국보다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체코와 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도 주유소 마진 제한과 세율 인하를 검토하며 가격 억제 정책 도입을 서두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소비자 관점에서는 단기 안정 효과와 장기 부담이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 상승이 억제되면서 당장의 주유비 부담은 완화됐지만, 최고가격제 유지 시 재정 부담 증가와 공급 축소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차 최고가격제 이후 전국 유가는 다시 반등했고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2,000원을 넘어섰다. 이는 가격 통제가 장기적으로는 시장 가격 왜곡과 반등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소비자 영향도 업종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자가용 운전자보다 화물차·택시·배달 업종 등 연료 의존도가 높은 계층은 유가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경유 가격이 상승할 경우 물류비와 배달비, 대중교통 요금 등 생활비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가격 억제 정책이 유지되면 단기적으로는 생활비 상승 압력이 완화되지만 세금 부담 증가나 향후 가격 급등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고가격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제한적 활용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장기 시행 시 재정 부담 확대와 시장 물량 감소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유류세 인하, 취약계층 직접 지원, 원유 도입선 다변화 등의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도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안정되더라도 원유 수급과 정제 설비 정상화까지 최소 3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결국 현재 한국 소비자들은 ‘가격 안정 효과’와 ‘향후 상승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는 구간에 놓여 있다는 평가다.
단기적으로는 유럽 대비 낮은 상승률 덕분에 부담이 제한적이지만, 중동 리스크 장기화 시 가격 통제 정책만으로는 생활 물가 상승을 막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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