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메모리 랠리에도 커지는 경고음…“사이클은 끝나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급등에 코스피 쏠림 심화…전문가들 “공급 확대 땐 조정 가능성”
최성호 기자
choi@sateconomy.co.kr | 2026-05-26 08:11:30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타고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기록적인 호황을 맞고 있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과거의 ‘호황과 폭락’ 사이클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주의 급등세가 한국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AI 수요에 대한 과도한 낙관과 공급 통제 지속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경우 조정 폭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 경제매체 CNBC는 25일(현지시간) 최근 몇 년간 메모리 관련 주식들이 미국과 한국 증시 상승세를 견인했지만, 메모리 산업 특유의 주기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각각 114%, 186% 급등했고, 미국 마이크론과 샌디스크도 140% 넘게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AI 서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메모리 산업의 구조를 바꿨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투자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다르다”는 낙관론이 오히려 위험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산운용사 블루박스의 윌리엄 드 게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산업이 “막대한 등락”을 반복해왔다며 장기적으로는 변동성이 큰 산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메모리 사이클이 사라졌다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결국 업황이 급격히 꺾인 전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도 “AI 수요가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메모리 산업은 결국 공급이 가격을 흔드는 구조”라며 “HBM처럼 진입장벽이 높은 제품은 과거 D램과 다르지만, 업체들이 증설에 나서면 2~3년 뒤 공급 부담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주가는 AI 수요가 계속 예상치를 웃돌고 공급 통제가 유지된다는 전제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증시의 쏠림 현상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어선 상태다. 두 종목의 주가가 흔들릴 경우 지수 전체가 동반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한국 증시 상승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돼 있다”며 “AI 메모리 호황이 지속되더라도 주가가 이를 너무 빨리 반영하면 단기 차익 실현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산업의 구조 변화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사이클 자체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HBM과 서버용 D램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수요 증가 속도가 둔화하거나 생산능력이 빠르게 늘어나면 가격 하락 압력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란모어 펀드 매니지먼트의 앤드루 라핑 최고투자책임자는 메모리 산업의 구조 변화 가능성에 대해 “표범은 쉽게 자신의 무늬를 바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AI 메모리 호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투자자들이 과거 메모리 산업의 변동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티브 브라이스 스탠다드차타드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는 최근 한국 증시에 대한 낙관론이 정점에 가까워졌다며 차익 실현과 글로벌 분산투자를 권고한 바 있다.
반도체 랠리가 한국 증시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은 만큼, 향후 시장의 관심은 AI 수요 지속 여부와 메모리 업체들의 공급 확대 속도에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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