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올리면 생활물가, 중량 줄이면 슈링크플레이션…버티면 이익 감소
해태 상반기 영업익 16%↓·크라운 30%↓…오리온 국내도 5.4% 감소
한·미·일 100g 가격 엇갈려…'한국 과자 유독 비싸다' 단정 어려워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2026-09-24 08:09:49
제과업계가 ‘가격저항의 덫’에 갇혔다. 원재료와 물류비가 뛰어도 가격을 올리면 생활물가 부담이라는 비판을 받고, 가격을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꼼수인상)’ 논란에 휩싸인다. 가격과 중량을 모두 유지하면 결국 회사가 비용을 떠안아 수익성이 악화한다. 해태제과·크라운제과·오리온 국내사업의 상반기 수익성은 이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다.
2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해태제과는 다음 달 1일부터 오예스·홈런볼·포키 등 25개 브랜드의 가격을 평균 7.8% 조정한다. 일부 스낵과 초콜릿·비스킷·캔디 가격을 올리는 동시에 빠새·오사쯔·허니버터칩 등 5개 브랜드 14개 품목은 가격 대신 중량을 줄인다. 회사는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제조원가·물류비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경영효율화와 원가절감으로 인상 요인을 흡수했지만 더 감당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적을 보면 가격 조정 배경이 단순한 외형 확대와는 거리가 있다. 해태제과의 상반기 매출은 3178억원으로 1.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00억원으로 16.0% 줄었다. 단순 계산한 영업이익률은 6.3%다. 크라운제과도 상반기 매출 2190억원, 영업이익 76억원으로 각각 2.2%, 30.2%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약 3.5%에 그쳤다.
가격을 유지한 업체도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리온 한국법인의 상반기 매출은 5834억원으로 1.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97억원으로 5.4%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약 15.4%로 전년보다 낮아졌다. 회사는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상승을 이유로 제시했다. 반면 중국은 영업이익이 33.7%, 베트남은 15.2%, 러시아는 62.2% 늘었다. 해외법인의 두 자릿수 성장이 국내 수익성 하락을 연결 실적에서 완충했다.
최무송 오리온 수석부장은 토요경제와의 통화에서 “원재료별 가격 변동과 실제 제품 원가에 반영되는 시점에는 차이가 있고 제품마다 사용하는 원료 구성도 다르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국제 원재료 가격이 오늘 떨어졌다고 내일 과자 제조원가가 같은 폭으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제조사는 일정 기간 사용할 원료를 미리 계약하고 재고를 확보한다. 환율과 운송비도 개입한다. 반대로 국제가격이 급등해도 과거에 확보한 저가 재고가 남아 있으면 원가는 늦게 오른다. 이른바 레깅효과다.
원재료 자체도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롯데웰푸드의 코코아류 평균 매입가격은 2023년 kg당 4228원에서 지난해 1만5522원까지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당류는 1044원에서 1100원으로 상승폭이 제한됐고 유지원유 가격은 오히려 낮아졌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까지 코코아 등 원재료 상승으로 큰 비용 부담을 겪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해외사업과 비용 효율화에 힘입어 영업이익 100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4.6%다. 2분기 실적 개선도 인도·카자흐스탄 등 해외사업이 주도했다.
크라운제과 역시 초코류 매입가격은 크게 오른 반면 설탕류 가격은 내려갔다. 결국 ‘코코아 가격 상승=모든 과자 가격 인상’이라는 식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초콜릿은 코코아 비중이 높지만 감자칩은 감자와 유지류, 비스킷은 밀가루·당류·유지류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문제는 이런 원가 차이를 제품가격에 그대로 옮기기 어렵다는 데 있다.
과자는 소비자가 자주 접하는 생활물가 품목이다. 실제 정부도 가공식품 가격 움직임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과자·음료 등을 포함한 3838개 가공식품 할인행사를 식품기업과 공동으로 진행했고, 최근 식품업계에도 물가안정 협조를 계속 주문하고 있다. 해태제과의 이번 가격 인상도 정부의 물가안정 요청 이후 이뤄지면서 곧바로 물가 이슈로 부각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세 선택지가 남는다.
가격을 올리거나, 중량을 줄이거나, 이익을 줄여 비용을 흡수하는 것이다. 어느 쪽도 부담이 없다 할 수 없다. 가격을 올리면 판매량 감소 가능성이 생긴다. 중량을 줄이면 소비자 체감 단가는 올라간다. 계속 버티면 영업이익률이 떨어진다.
해외 가격과 비교해도 국내 과자가 일률적으로 비싸다고 보기는 어렵다.
24일 토요경제가 한·미·일 대표 제품을 100g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오리온 포카칩 66g은 이마트몰에서 1480원으로 100g당 약 2240원이다. 일본 칼비 포테이토칩 55g은 판매처에 따라 세금 포함 107~162엔 수준으로 가격 편차가 컸다. 미국 월마트의 레이즈 클래식 8온스는 정상가격 2.97달러였다. 유통업체와 포장규격에 따라 어느 나라가 더 비싼지가 달라졌다.
구매력까지 보면 일본과의 차이는 더 줄어든다. OECD의 2025년 평균근로자 세후소득을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한국은 5만6417달러, 일본은 4만6203달러다. 미국은 5만5644달러다. 한국 소비자의 평균 세후 구매력이 일본보다 높은 상황에서 일부 과자가 일본과 비슷하거나 낮은 가격에 팔린다면 ‘한국 과자는 국제적으로 유독 비싸다’는 주장을 일반화하기 어렵다. 다만 미국은 대용량 제품과 유통구조 영향으로 한국보다 단위가격이 낮은 품목도 적지 않다.
국내 제과사별 대응이 다른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오리온처럼 중국·베트남·러시아 등 해외사업에서 이익이 빠르게 늘어나는 기업은 국내 원가 압박을 그룹 전체 실적으로 흡수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롯데웰푸드 역시 인도와 카자흐스탄 등 해외법인이 수익성 회복을 이끌고 있다. 반면 국내 비중이 높은 해태제과와 크라운제과는 내수 부진과 원가 상승이 실적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외에서 번 돈이 국내 제품가격을 직접 보조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사업 포트폴리오가 원가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판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과자 가격 논쟁에서 소비자 부담은 당연히 중요하다. 중량을 줄이는 방식 역시 단위가격을 올리는 만큼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
다만 가격표만 놓고 제과업체가 원가 상승분을 그대로 소비자에게 넘기고 있다고 보는 것도 실제 재무제표와는 거리가 있다. 해태와 크라운의 이익은 크게 줄었고 오리온 국내사업도 매출 증가에도 이익이 감소했다.
제과업계가 맞닥뜨린 문제는 단순하다. 원가는 시장에서 움직이지만 판매가격은 소비자 저항에 막힌다.
가격을 올리면 물가의 주범이 되고, 중량을 줄이면 꼼수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렇다고 끝없이 마진을 포기할 수도 없다. 지금 제과업계가 신음하는 지점은 원재료 가격 자체보다 그 비용을 어디까지 내부에서 감당할 수 있느냐에 있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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