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바이백도 못 누른 장기금리…30년물 5.27%, 韓 조달비용 압박

10년물 4.73%…40조달러 국가부채 불안에 ‘약발 하루’, 달러는 3개월 최저권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 2026-08-22 06:14:04

▲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장기 국채금리를 낮추기 위해 바이백을 두 배로 늘렸지만 시장금리는 다시 정책 발표 이전 수준으로 올라섰다. 21일(현지시간)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5.27%, 10년물은 4.73% 안팎까지 상승했다. 미국의 재정 불안이 단기적인 국채 수급 조정보다 강하게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기업에는 달러채권 발행 비용과 국내 시장금리를 높은 수준에 묶어두는 요인이다.

미 재무부는 19일(현지시간) 10~30년 장기 국채 바이백 한도를 회당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늘렸다. 발표 직후 30년물 금리는 5.34%에서 5.19% 안팎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시장이 재무부의 바이백 계획을 사실상 외면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월가의 평가를 "총상에 붙인 반창고(a band-aid on a bullet hole)"라고 전했다.

채권시장이 문제 삼는 것은 미국 정부의 부채다. 연방정부 부채는 19일 처음 40조달러를 넘어섰다. FT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부가 장기채 일부를 되사더라도 대규모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이 계속되면 장기금리를 낮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무부 정책이 금리보다 달러에 더 큰 영향을 주는 현상도 나타났다. 달러지수는 21일 98.8 안팎으로 떨어져 3개월 만의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통상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 달러 가치도 강해지지만 이번에는 금리 상승과 달러 약세가 동시에 나타났다. 로이터는 시장에서 바이백이 미국의 재정 부담을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달러 가치에 조정 압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는 달러 약세와 고금리가 엇갈린 영향을 준다. 달러 가치 하락은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낮춰 원유·가스 등 수입가격 부담을 덜 수 있다. 반면 미국 국채금리는 한국 은행과 대기업이 해외에서 달러채권을 발행할 때 기준금리로 쓰인다. 미국 10년물이 4.7%, 30년물이 5.2%를 웃도는 상황이 길어지면 기업의 신용도에 변화가 없어도 외화 조달비용은 높아진다.

국내 통화정책에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연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2.75%로 올렸고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권민수 한국은행 수석부총재는 21일 성장과 물가, 환율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통화정책을 "매우 신중하게(very carefully)"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버티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국내 기업과 가계가 체감하는 금융비용은 쉽게 내려가기 어렵다.

22일 현재 미국 국채시장이 보내는 신호는 바이백의 실패 자체보다 분명하다. 정부가 채권을 되사도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장기금리를 충분히 낮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줄어들거나 물가 우려가 꺾이지 않는 한 높은 자본비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경제에도 당분간 달러 가치보다 미국 10년·30년물 국채금리의 방향이 더 중요한 변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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