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대강리뷰] '환골탈태' 마비노기 모바일…'낭만' 챙긴 넥슨

전투보다 불멍, 경쟁보다 대화
‘우연한 만남’과 느린 성장 속에서 살아나는 원작 감성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 2025-03-31 09:10:00

▲ 마비노기 모바일 <자료=인게임캡쳐>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생활형 MMORPG의 원조 격인 ‘마비노기’가 모바일로 돌아왔다. 모닥불 앞에 앉아 대화하고, 던전 입장 전엔 스킬 대신 감정을 공유한다. 빠른 사냥과 세기 경쟁에 익숙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이 게임은 속도를 늦춰야 진짜 재미가 시작된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넥슨의 장수 IP ‘마비노기’를 기반으로 개발된 모바일 MMORPG다. 개발은 데브캣이 맡았으며, 지난 3월 28일 정식 출시됐다.

원작의 생활형 콘텐츠를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모바일 환경에 맞춰 조작 방식과 인터페이스를 직관적으로 바꿨다.

전사, 궁수, 마법사, 힐러, 음유시인 등 5개 클래스 중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고, ‘클래스 체인지’ 시스템을 통해 무기 변경만으로 직업을 바꿀 수 있다.

가로·세로 모드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으며, 초보자를 위한 ‘마법 나침반’, ‘초심자 지원 프로그램’ 등 편의 기능도 탑재됐다.

서버는 총 7개로 출시했으며, 커스터마이징과 직업 전직, 생활 콘텐츠, 협력 기반 던전 등이 핵심 요소다.

 

▲ 캠프파이어 앞에 앉아 불멍을 때리면 점차 사람이 많아지기도 한다. <자료=인게임캡쳐>

 

◆ 경쟁 보다 감성… 모바일서 다시 꺼낸 ‘낭만’


마비노기 모바일은 전투와 경쟁, 효율보다 감성에 집중했다. 돋보이는 점은 NPC마다 다른 테마곡이 설정돼 있고, 모험가와의 만남을 고대한다. 헤어질 때는 아쉬운 내색을 보이기도 한다.

모닥불을 중심으로 한 휴식 구조도 인상적이다. 배경음악과 공간 연출 모두 원작의 감정을 모바일로 옮기기 위한 시도가 엿보인다.

전투는 기본적으로 실시간 액션이지만, 파티 시스템을 중심으로 역할 수행이 뚜렷하게 작동한다. 특히 후반부 심층 던전에서는 협력이 없으면 클리어가 어려울 정도로 짜임새가 있는 편이다. 초반에는 단순하지만, 콘텐츠가 개방되며 밀도가 깊어지는 구조다.

무기만 바꿔도 직업 전환이 가능한 ‘클래스 체인지’ 시스템은 자유도가 높고, 스킬 자동 등록 등 편의성도 잘 갖췄다.

‘우연한 만남’ 시스템을 통해 별도의 파티 모집 없이 다른 이용자와 자연스럽게 파티를 이뤄 던전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과금 모델은 캐릭터 성능과 직결되지 않는다. 주요 수익 구조는 패션 뽑기와 멤버십, 배틀 패스 등으로 꾸며졌으며, 외형 중심의 수집 요소가 주류다.

환생 시스템도 눈에 띈다. 25레벨 이상 캐릭터는 ‘환생석’을 통해 외형을 초기화할 수 있으며, 정령의 흔적·클래스 마스터 메달·성장 버프 등을 보상으로 제공받는다.

 

▲ 던전을 혼자 진행하다 보면 같은 던전을 진행하고 있던 다른 이용자들과 자동으로 매칭된다. <자료=인게임캡쳐>


◆ 느긋한 속도, 지루한 반복… ‘은동전’ 시스템이 주는 답답함


게임은 전체적으로 ‘천천히 즐겨야’ 제맛이지만, 이런 설계가 오히려 단점이 되기도 한다. 특히 피로도 개념인 ‘은동전’은 빠른 성장을 원하는 유저들에게는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마치 천천히 즐기기를 강요받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채집과 제작 콘텐츠도 단순 반복 구조로 구성돼 있어, 생활 콘텐츠 자체에 큰 흥미가 없는 이용자라면 쉽게 질릴 수 있다. 전투 자체도 회피 기능이 없어 손맛이 살짝 떨어지는 감이 있고 타격감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마비노기의 자랑인 염색 시스템도 원작과 달리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도 높은 꾸미기 시스템은 원작의 핵심 재미 중 하나였지만, 모바일 버전에서는 다소 제약이 따른다.

초반 튜토리얼과 자동 진행 위주의 플레이는 몰입에 방해가 된다는 피드백도 있다. 30레벨 이후부터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구조라, 짧다고는 하지만 초반 구간이 지루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 과금요소 대부분이 외형에 관련된 것을 볼 수 있다. <자료=인게임캡쳐>
게임을 천천히 만끽해 본 결과, 마비노기 모바일은 빠르게 치고 나가야 재미있는 게임이 아니다. 오히려 느린 호흡 속에서 의미 있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캐릭터는 주말마다 한 살씩 나이를 먹고, 이용자는 어느새 모닥불 앞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광장에 옹기종기 모여 연주회를 열기도 한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출시 직후에는 그저 그런 반응이었지만, 주말이 지나자 인플루언서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응이 뒤집히고 있다. 게임의 주 무기인 ‘낭만’이 점차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인기 서버에선 대기열이 생겼고,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게임의 방향성이 시장에서 통했다는 반증이다.

경쟁 없는 감성, 느린 성장의 여유. 마비노기 모바일은 바쁘게 사는 플레이어에게 “잠깐만 쉬어가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