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네수엘라 원유 직접 관리 확대…에너지 패권 재편 시동

PDVSA 생산량 증대·원유 판매 통제 강화로 유가 인하 유도…미 정유·소비자 중심 전략 부각

최성호 기자

choi@sateconomy.co.kr | 2026-01-12 05:46:49

▲백악관에서 열린 미 정유업계와 간담회에 참석한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장관.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에 대한 개입 수위를 높이며 원유 생산 확대와 유가 안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축출 이후 미 행정부가 국영석유회사 PDVSA의 원유 판매를 사실상 관리하는 구조로 전환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 질서와 미 정유산업 재편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CBS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확대될 것이며, 미국 기업들의 진출이 늘어나고 생산량 증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 정부가 PDVSA를 직접 소유하는 구조는 아니라며 “현재는 베네수엘라 원유 판매를 관리하는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생산과 유통 통제권을 확보해 공급 안정성과 가격 조정력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 내에서는 마두로 정권 붕괴 이후 미 정부가 PDVSA 통제권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생산된 원유를 미국이 확보해 직접 판매·유통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돼 왔다. 

 

실제로 미 정부는 3천만~5천만 배럴 규모의 베네수엘라 원유를 넘겨받기로 합의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해당 원유 판매 대금이 예치된 미 재무부 계좌를 압류나 사법 절차로부터 보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공급 물량을 제도적으로 확보해 국제 유가 변동성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려는 조치로 평가된다.

라이트 장관은 베네수엘라 생산량 확대를 통해 유가 하락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가스 업계의 조력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유가 하락의 수혜자는 에너지 기업이 아니라 미국 소비자라는 점을 부각했다. 

 

일반적으로 유가 하락은 석유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지만, 물가 안정과 운송·에너지 비용 절감 측면에서는 소비자와 제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미국 정부가 에너지 정책의 중심축을 산업 보호보다 소비자 물가 안정과 실물경제 안정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한편 PDVSA가 보유한 미국 정유회사 시트고 지분 매각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인 폴 싱어가 소유한 헤지펀드 엘리엇에 특혜가 제공됐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라이트 장관은 “특혜는 전혀 없다”고 일축하며 “시트고 매각은 모든 미국 기업에 개방된 공개 경매였고, 미국 정유 자산이 미국인 소유로 유지돼 처리량을 늘리고 휘발유 가격을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는 베네수엘라 원유 확보와 미국 내 정유 인프라 재편을 연계해 에너지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구성하려는 정책 기조를 반영한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원유 관리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국제 유가 안정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남미 에너지 지형 변화와 OPEC 외부 공급 축의 확대를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미국 정유사들의 원료 조달 안정성과 소비자 연료비 부담 완화 효과가 나타날 경우, 에너지 정책이 물가·산업·외교 전략을 동시에 조율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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