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바이든의 10조원 반도체 진흥계획 무력화

상무장관 “바이든 충성파 비자금” 비난…냇캐스트 지원 철회·자금 회수
국립반도체기술센터 사실상 좌초 위기, 업계는 혼란·불확실성 확대

최성호 기자

choi@sateconomy.co.kr | 2025-10-01 05:34:35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사진=자료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출범한 74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의 미국 반도체 진흥 계획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 업계 지원을 주도하던 비영리단체 냇캐스트(Natcast)가 ‘정권 편향 조직’이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에서 배제되면서 반도체 연구개발(R&D) 인프라 구축과 인력 양성 프로젝트가 줄줄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국립반도체기술센터(NSTC)를 운영하기 위해 비영리단체 냇캐스트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엔비디아, 인텔, 삼성전자 등 200여 개 글로벌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74억 달러 기금을 운용하며 각 주에 R&D 시설과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냇캐스트를 “바이든 충성파의 주머니를 채운 반도체 비자금”이라고 규정하며 지원 철회를 선언했다. 

 

러트닉 장관은 법무부의 새로운 유권해석을 근거로 “냇캐스트 설립 자체가 불법적”이라고 주장, 기금 회수와 정부 직접 통제를 발표했다.

지원 철회 여파는 즉각 나타났다. 110여 명이던 냇캐스트 직원 중 90% 이상이 해고 통보를 받았고, 애리조나 주립대의 11억 달러 규모 차세대 반도체 시설, 뉴욕 올버니 나노테크 단지의 첨단 연구개발 허브 구축 등 주요 사업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 각 주에 약속된 수십억 달러 지원금도 불투명해졌다.

상무부는 “자금은 반도체 R&D에 활용하되, 보조금 수혜자 선정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기존 사업의 연속성이 사라지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인텔, IBM, AMD 등 주요 기업들은 러트닉 장관의 발표 이후 상무부와 개별 접촉에 나서 자사 프로젝트 지원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행정부와 갈등을 빚을 경우 보조금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행정부의 표적이 될까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보조금을 특정 지역이나 정치적 지지 기반에 유리하게 배분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측근들이 기금 관리위원회에 대거 포진하면서 투명성 부족과 이해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냇캐스트 사업을 백지화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보조금을 통제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 지분을 요구하거나 과도한 개입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치권과 업계는 이번 사태가 초당적 합의로 추진된 반도체법조차 정권 교체에 따라 뒤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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