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 죽어가는데, 왜 다이소만 북적이나
매출 4조5363억원·영업이익 4424억원…5000원 균일가가 고물가 시대 생활 방어선 됐다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 2026-06-25 04:19:09
오프라인 유통이 온라인에 밀리는 사이, 다이소만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전문점이 집객력 회복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다이소 매장은 여전히 붐빈다. 이유는 단순하다. 다이소는 소비자에게 “싸다”는 인상을 넘어 “오늘 필요한 것을 부담 없이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됐다. 고물가 시대의 다이소는 서민 생활의 물가 방어선이다.
산업통상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변화는 뚜렷하다. 주요 유통업체 매출에서 오프라인 비중은 2021년 47.9%에서 올해 3월 39.4%로 낮아졌다. 대형마트 비중도 같은 기간 15.1%에서 8.1%로 줄었다. 소비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흐름 속에서 다이소는 예외에 가깝다.
실적이 이를 보여준다. 아성다이소는 지난해 매출 4조5363억원, 영업이익 442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14.3%, 영업이익은 19.2% 늘었다. 2022년 2조9457억원이던 매출은 3년 만에 4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단순히 손님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실제 구매와 이익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이소가 북적이는 첫 번째 이유는 가격의 예측 가능성이다.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이라는 균일가 구조는 소비자에게 심리적 안전판이 된다. 장바구니 물가가 오를수록 소비자는 “얼마가 나올지 모르는 쇼핑”을 부담스러워한다. 반면 다이소에서는 지출 상한이 대략 보인다. 이 단순함이 고물가 시대에는 강력한 경쟁력이다.
두 번째 이유는 목적 방문이다. 많은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보다 싸지 않고, 더 빠르지도 않다. 그러나 다이소는 다르다. 충전 케이블, 수납함, 우산, 세제, 화장솜, 여름용 선풍기, 여행용 파우치처럼 당장 필요한 물건이 있다. 배송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소비자는 “지금 필요해서” 다이소에 간다. 온라인이 편리함을 팔 때, 다이소는 즉시성을 판다.
세 번째 이유는 상품군의 확장이다. 다이소는 더 이상 문구와 청소용품만 파는 매장이 아니다. 올해 들어 뷰티, 헬스, 패션, 캐릭터, 생리용품, 여행용품까지 영역을 넓혔다. 6월에는 ‘비치 리조트룩’ 기획전을 통해 여름 가방, 차광모자 등 약 30종의 패션 잡화를 선보였다. ‘Daiso-DAY 여름 필수템’ 행사, 디즈니코리아와 협업한 ‘토이 스토리’ 테마 상품, ‘소문난 뷰티 신상’ 행사도 이어졌다. 생활용품점이 계절 트렌드와 취향 소비까지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반응도 이 구조를 설명한다. SNS에는 “이거 실제로 보려고 다이소 갔다”, “신제품 찾으러 갔는데 품절이었다”는 반응이 반복된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상품이 오프라인 방문을 끌어내고, 매장에서는 다시 다른 상품 구매로 이어진다. 다이소가 단순 판매점이 아니라 ‘구경할 이유가 있는 매장’이 된 셈이다.
특히 뷰티와 생필품은 다이소의 성격을 바꾸고 있다. 소비자는 화장품과 생활 필수품에서도 가격 대비 효용을 따진다. 다이소는 1000원 생리대, 저가 색조 화장품, 뷰티 소품, 건강 관련 상품을 통해 생활비 절감 수요를 끌어안았다. 이는 단순한 초저가 전략이 아니다. 비싼 물건을 덜 사는 시대에, 꼭 필요한 물건을 낮은 가격에 사려는 소비 흐름을 정확히 잡은 결과다.
물론 과제도 있다. 저가 이미지는 강점이지만, 품질 관리가 흔들리면 신뢰도 함께 흔들린다. 협력사 원가 부담, 초저가 경쟁 심화, 온라인 저가 플랫폼 공세도 리스크다. 다이소가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싸기만 해서는 안 된다. 가격과 품질, 공급 안정성, 상품 기획력을 동시에 지켜야 한다.
그럼에도 현재의 흐름은 분명하다. 오프라인 유통이 약해진 이유는 손님이 매장에 갈 이유를 잃었기 때문이다. 다이소가 강해진 이유는 반대로 매장에 갈 이유를 계속 만들었기 때문이다. 싸고, 가깝고, 바로 살 수 있고, 가끔은 재미도 있다. 그래서 소비자는 다이소에 간다.
다이소는 이제 골목의 균일가 매장을 넘어섰다. 고물가 시대 서민의 장바구니를 지켜주는 생활 플랫폼이자 쇼핑 욕구를 단번에 덜어낼 수 있는 곳이다. 오프라인 유통의 위기 속에서 다이소만 북적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다이소는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니라 서민을 위한 '힐링의 장'이 됐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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