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결정···심각한 에너지 무기화 우려

표면적 원인...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산유국, G7의 유가상한제에 대한 반발... '국제유가 가격결정권' 침해에 대한 경고

김태관

8timemin@hanmail.net | 2022-09-07 02:16:15

△ OPEC+가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원유생산량을 줄이기로 합의하면서 또다시 국제유가가 출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OPEC+가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원유생산량을 줄이기로 합의하면서 또다시 국제유가가 출렁이고 있다.


OPEC+는 이날 회의에서 다음달부터 하루평균 원유생산량을 10만 배럴 줄이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회의에서 하루평균 10만 배럴을 늘리기로 한 결정을 완전히 뒤집은 셈이다.

이에 국제 원유가격이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주 6.65% 떨어지며 배럴당 86.87달러에 거래를 마쳤던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6일 기준 전날보다 3.99% 오른 90.34달러를 기록했다. 또 지난주 6.1% 떨어지며 2일 종가 93.02달러를 기록했던 브렌트유 11월물 가격도 4.24% 오른 96.97달러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OPEC+가 겉으로는 최근 경기침체 속에 원유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지난 2일 G7이 러시아산 원유에 유가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에 대한 반발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경고를 날렸다는 것이다. 유가상한제는 G7이 정한 가격 이상으로는 러시아산 석유를 사들이지 않는 것을 뜻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 “G7의 유가상한제가 시행되면 국제유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매자 연합이 형성되는 것으로 이는 OPEC에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며 “이번 감산조치는 산유국 카르텔의 가격 결정권을 위협하면 보복이 따를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바이든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전력을 다해왔다. 특히 기름값을 잡기위해 유가 상한제 도입, 이란 핵합의 복원 등을 추진해왔다. 지난 7월엔 사우디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에게 원유 증산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처럼 ‘에너지’는 이제 그 자체로 강력한 무기가 되면서 국제사회의 맏형인 미국마저도 긴장하게 만드는 요소가 됐다.

업계 한 전문가는 “에너지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 논리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과거를 돌아봐도 원유 가격은 산유국들의 패권과도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전문가에 따르면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깨지기 시작한 건 2014년 무렵부터다. 2014년 초반 당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선이었다. 하지만 그해 여름 중국의 경기가 둔화하면서 아시아 지역 석유 판매량이 급감한 데다 미국의 셰일오일까지 공급이 확대되면서 급기야 11월 유가는 77달러까지 떨어졌다.

예년 같았으면 OPEC이 공급물량을 조절하면서 가격을 90달러 근방으로 다시 올렸겠지만, 이번엔 달랐다. 산유국들이 미국 셰일 업체들을 도산시키기로 한 것이다.

산유국들은 작정하고 생산량을 늘렸다. 당연히 원유가격은 추가 하락해 이듬해 1월 45달러로 반토막났다. 당장 셰일 업체들은 줄줄이 부도가 났다.

사우디의 원유 생산비용은 배럴당 10달러에 불과한 데 비해 셰일 업체는 생산비용이 높아 원유가격이 배럴당 최소 70달러 선은 돼야 이익이 남았던 탓이다. 당시 러시아도 비축량을 풀며 겨우겨우 산유국의 명맥을 유지하던 터였다.

이 같은 산유국들의 횡포는 2016년 9월 ‘알제리 합의’에서 감산 합의가 도출되며 막을 내렸다. OPEC+는 이때 만들어졌다. 알제리 합의에서 OPEC 회원국들이 하루 120만 배럴을 감산하면 비회원국들인 러시아, 카자흐스탄, 멕시코 등이 55만 배럴을 감산하겠다는 합의안이 만들어졌다.

이 합의안으로 감산이 시작되자 유가는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으며 동시에 사우디의 빈 살만과 러시아 푸틴의 인연도 시작됐다. 반 미국을 위한 연합전선의 시작인 셈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국의 금리 인상도 반미국연합을 뭉치게 하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로 원유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특히 에너지 수출로 경제를 지탱하는 러시아가 큰 타격을 보게 된 탓이다. 과거 러시아는 2014~15년에도 미국의 저유가 정책으로 경제 불황을 겪은 전력이 있다.

이 전문가는 “달러 강세가 시작된 와중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것도 묘한 타이밍”이라며 “우리나라도 그 어느 때보다 에너지 안보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

 

토요경제 / 김태관 기자 8timemin@hanmail.net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