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룹 중고차시장 진출 족쇄 풀렸다...업계 "강력 반발"
중기부 중고차매매 생계형 적합업종 3년만에 해제...중고차시장 지각변동 불가피할듯
만반의 준비 다 갖춘 현대차 현대차그룹, 사업조정심의 결과에 관심 집중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2022-03-17 00:54:24
현대자동차그룹의 중고차 매매시장 진입이 가능해졌다. 정부의 규제가 풀린 것이다.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선언한 지 3년 만에 숙원을 푼 것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 지배력이 막강한 완성차그룹의 출현에 기존 중고차매매업체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7일 중고자동차 판매업 관련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중고자동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해제하기로 의결했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중소기업 보호가 주목적이며, 대기업의 진출을 막는 제도다.
중기부는 단서를 달았다. 현대·기아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가 충분히 예상되므로 향후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서 이러한 점을 고려해 적정 조치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기존 중고차업체의 반발을 고려한 것이다.
무제한이든 제한이 있든 기존 중고차업체들은 현대·기아차라는 거대 공룡과 시장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반도체 대란에 따른 신차 출고 지연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중고차 시장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만반의 준비 다 갖춘 현대차그룹
현대·기아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어느 정도 예견돼왔던 게 사실이다. 더이상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기엔 명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출범을 앞둔 윤석열정부의 경제 정책의 핵심기조는 규제완화란 점에서 중기부가 현대·기아차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계속 규제하기엔 부담스러웠을 법도하다.
현대·기아차는 이제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완성차업체 입장에선 신차와 완성차를 유기적으로 연계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일 수도 있고,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의 활용 가치가 크다.
규제가 풀릴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놨다. 기존 업체와는 차별화된 거래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소식이다. 독자적인 '인증시스템'을 통해 소비자 신뢰를 배가시킬 인증 중고차로 승부한다는 전략을 세워놨다. 중고차를 매입, 비축할 초대형 매매단지까지 매입을 마쳤다는 후문이다. 중고차 매매 실무를 담당할 조직 구성도 마쳤다.
현대·기아차는 다만 중소기업이 주류인 선발 중고차업체들과의 반발을 고려, 단계별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모든 중고차를 다 거래하기 보다는 현대·기아차 브랜드의 중고차로 한정하기로 했다. 대상도 출고한지 3~5년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측은 "현 중고차 시장에선 구매자와 판매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크고 작은 문제가 많이 도출돼왔다"면서 "이와 같은 시장의 후진성이 근본적으로 사라진다면, 중고차 시장이 오히려 더 활성화돼 기존 업체들에게도 적잖은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업계 '반발'...소비자는 '환영'
현대·기아차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에 대해 소비자들은 일단 긍정적인 분위기가 우세하다. 기존 중고차시장의 가장 큰 약점인 신뢰성의 문제에 관한한 현대·기아차만한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중고차는 믿을 수 없다"는 막연한 불신감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기존 중고차 시장에선 사기 거래 등 문제가 적지 않았다. 최근은 중고차 시장이 많이 정비되고 시스템도 개선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소비자들의 불신감은 높은 게 현실이다.
차량 이력 등에 대한 거의 완전 정보를 갖고 있는 판매자가 역으로 차량 정보가 태부족한 구매자의 심리를 악용한 불공정 거래로 인한 후유증이 적지않았던 게 저간의 사정이다. 신차 출시에 1년 이상 기다려야 해서 중고차 구입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소비자 A씨(38)는 "솔직히 치명적인 결함을 모른 채 중고차를 샀다가 낭패를 볼 수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현대차와 같은 굴지의 대기업이라면 믿고 구매하기에 편할 것 같다"고 반겼다. 현대차그룹의 시장 진출로 중고차 매입 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도 소비자들에겐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다.
사업조정심의 결과에 관심 집중
그러나 기존 중고차업체들은 불안감이 팽배하다. 상대가 국내 자동차시장을 쥐락펴락 하는 현대·기아차이다 보니 머지않아 시장을 고스란히 대 내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중기부의 적합업종 해제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관련 사업자단체들을 중심으로 강력히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기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굴지의 대그룹인 현대차그룹과 경쟁하라는 것은 시작부터 공평하지 않은 조치라는 항변이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의 본래 취지에도 전혀 부합되지 않는 처사라고 주장한다.
출고 자동차와 차주의 정보를 쥐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중고차와 연계한 마케팅을 한다는 것은 중소업체 입장에서 너무 불리한 구조여서 결국 이 시장을 현대·기아차가 독식하게 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인천 가좌 중고차매매단지인 엠파크허브의 한 상사 관계자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해제가 됐다는 것은 중소업체들이 생계를 걱정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대·기아차의 시장진입을 허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중소업체들이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유예기간을 둬야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입 물꼬가 트이면서 이제 관심은 오는 6월 이전에 결론을 낼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 조정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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