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윳값 10년만에 2천원 돌파, 어디까지 오를까

우-러 전쟁 여파 국제유가 급등 탓...전문가들 "2Q내 2100원 돌파 우려, 물가 비상"
국제유가 유동, 상승세 지속할듯, 유류세 추가 인하 가능성 높아, 치솟는 물가상승 부채질 우려

김태관

8timemin@hanmail.net | 2022-03-15 00:43:37

기름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급기야 휘발윳값이 전국 평균 2천원을 돌파했다. 전국 평균가 기준으로 휘발윳값이 리터당 2천원을 돌파한 것은 거의 10년만의 일이다. 경윳값은 더욱 상승폭이 크다. 휘발윳값보다 경윳값의 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머지않아 가격이 역전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L당 2천원대를 돌파했다. 15일 현재 2100원대를 훌쩍 넘긴 서울의 한 주유소 [사진: 연합뉴스]

 

국내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근본 원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유의 글로벌 수급시스템이 붕괴된 탓이다. 미국을 중심으로한 서방국가들이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러시아산 원유, 가스 등 에너지 수입을 중단하거나 대폭 줄여 국제유가가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지 않는다면 국제 원유가의 상승을 물리적으로 막기는 어렵다는 얘기와 같다. 유류의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발등의 불이다. 기름값 상승이 물가 등 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크기 때문이다. 자칫 우크라이나전쟁이 장기화될 수록 사태가 더욱 악화될게 불보듯 뻔하다.

국제유가 유동, 상승세 지속할듯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평균 2000원벽을 뚫었다. 정확히 9년5개월만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윳값은 15일 오후 4시 기준 리터당 2000.95원이다. 전일 대비 12.91원 올랐다.


시도별로는 지리적 특성으로 유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제주(2106원)가 2100원을 돌파했으며 서울(2086원), 인천(2023원), 대전(2020원), 경기(2016원), 울산(2013원), 부산(2004원) 등의 순이다. 7개 시도 평균 휘발윳값이 2000원을 넘었으며 나머지 10개 시도는 1969원~1998원원으로 2000원대 돌파 직전이다.


지난 2월10일 전국 평균 1700원을 기록했던 휘발윳값이 불과 한 달여 만에 300원이나 점프한 것이다. 국내 휘발윳값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0원대를 훌쩍 넘었다가 2012년 10월 이후 2000원을 넘은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주간 가격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상승폭이 가파르다. 실제 3월 첫째주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단가는 전주 대비 24.2원 올랐으나 둘째주엔 무려 100원(97.6원)이 껑충 뛰었다.


문제는 요동을 치고 있는 국제유가가 쉽사리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로 원유의 주 공급원 중 하나가 떨어져 나간데다, 코로나 팬데믹이 종점을 치달으며 원유 수요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류세 추가 인하 가능성 높아
공급은 줄었는데 수요가 증가하니까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결국 가격을 잡는 것은 공급을 늘리는 것 뿐이다. 하지만 미국과 OPEC 등 주요 산유국들의 증산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전 양상이 강하다. 서방국가들의 물적지원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결사항전을 천명하고 있고, 러시아는 자존심 상 먼저 휴전이나 종전 제의에 순순히 응할리 만무하다.


전문가들이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대까지 치솟을 개연성이 높게 보는 이유다. 국제유가에 연동될 수 밖에 없는 국내 휘발윳값이 앞으로 꾸준히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근거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유가가 대체 어디까지 오를까.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그러나 대체로 2분기 안에 2100원선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치솟는 유가를 잡는 길은 유류세를 완화하는 길 뿐인데, 유류세 인하가 어느새 법적 한계치에 임박한 탓이다. 정부는 정부는물가 부담을 줄인다는 명분 아래 작년 11월 한시적으로 유류세 20% 인하율을 적용했다.


당시 리터당 1800원을 찍었던 휘발윳값은 유류세 인하효과(ℓ당 164원)으로 1700원대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얼마지나지 않아 유류세 인하 조치는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수입 유가 상승률이 유류세인하를 상쇄시켰기 때문이다. 정부는 급기야 4월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오는 7월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지만, 치솟한 유가를 잡기엔 역부족이란게 중론이다.

치솟는 물가상승 부채질 우려

각종 장바구니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폭등, 서민들의 어깨가 천근만근인 상황에 유가의 상승은 엎친데덮친격의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이미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 물가상승률이 5%대에 이를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다른 공산품과 달리 휘발유, 경유 등 유류의 인상은 그 자체에 머물지 않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원유를 바탕으로 1차 가공품을 만드는 석유화학제품을 필두로 많은 공산품 제조원가에 영향을 끼쳐 전체적인 물가상승을 부채질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류세를 법정 최대치인 30%까지 추가 인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는 한편, 각종 보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유류세 인하 폭을 100%까지 다 풀어버리는 특단의 조치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유류세 인하 연장을 발표하며 "향후 국제유가가 현 수준보다 더욱 가파르게 상승해 경제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경우 유류세 인하폭 확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는 미국, 사우디 등과 함께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이다. 즉,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된데는 전제하에 현실적으로 국제 유가를 끌어내리는 길은 산유국들이 대폭 증산에 나서는 길 뿐"이라며 "정부도 오일쇼크와 같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중장기 대응전략을 수립해야할 때다"라고 강조한다.

 

토요경제 / 김태관 기자 8timemin@hanmail.net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