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5·18 비판, 스타벅스 논란 뒤에 가려진 역사 인식의 공백
30·40대 실무세대의 현대사 체감 부족이 홍보·마케팅 오류로 이어지는 현실을 기업 윤리만으로 돌릴 수 있는지 되짚어야 한다.
이덕형 기자
ceo119@naver.com | 2026-05-22 00:28:56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스타벅스 등 일부 기업과 언론의 홍보 문구가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5·18은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의 뿌리이자 희생의 역사다.
따라서 이를 상업적 문구나 가벼운 홍보 소재로 소비하는 일은 당연히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이 문제를 곧바로 스타벅스의 기업 윤리 부재나 도덕성 문제로만 몰아가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좁게 보는 일이다.
이번 스타벅스 논란의 핵심은 특정 기업의 실수만이 아니다. 지금 한국 사회의 실무 중심축은 30~40대다. 이들은 기업의 홍보, 마케팅, 콘텐츠 제작, 브랜드 전략을 실제로 움직이는 세대다. 문제는 이들 상당수가 1970~80년대의 정치적 격동기를 직접 경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일쇼크가 무엇이었는지, 수출 100억 달성이 어떤 국가적 의미를 가졌는지, 5·18이 왜 한국 현대사의 상처이자 민주주의의 분기점인지 몸으로 체감한 세대가 아니다. 역사책에서 배웠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삶의 감각으로 남아 있지는 않다.
이 차이는 크다. 경험한 세대에게 5·18은 희생과 피해, 국가폭력과 민주주의의 문제다. 그러나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는 자칫 ‘역사적 사건’ 또는 ‘기념일’ 정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바로 이 인식의 거리에서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브랜드의 홍보·마케팅 오류가 발생한다. 악의가 있어서라기보다, 그 무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문구와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책임을 스타벅스에만 돌릴 수 있는가. 기업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역사적 사건을 다룰 때 검토 시스템을 갖추고, 사회적 감수성을 점검해야 한다. 특히 스타벅스처럼 전국적 소비자 접점을 가진 브랜드라면 더 높은 수준의 역사 인식과 내부 검증 체계가 요구된다. 그러나 기업만 탓하는 것은 쉬운 해법일 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다음 세대에게 현대사의 고통과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치권도 이 지점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통령과 정치권이 기업을 향해 비판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역사 인식의 부족을 오직 스타벅스의 기업 윤리 문제로만 규정한다면 그것 역시 또 다른 단순화다. 지금 벌어지는 현상은 특정 기업 하나의 실수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역사 교육과 기억 전달 체계가 약해졌다는 신호에 가깝다.
앞으로도 비슷한 논란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30~40대가 사회의 중심이 될수록, 직접 경험하지 못한 역사에 대한 감각의 차이는 더 자주 드러날 것이다. 그때마다 스타벅스 같은 기업을 향해 손가락질만 한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처벌보다 학습이고, 비난보다 기억의 복원이다.
5·18의 정신을 지키는 일은 특정 문구 하나를 문제 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정신이 왜 중요한지, 왜 함부로 소비되어서는 안 되는지, 다음 세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다시 설명해야 한다.
역사 인식의 부재가 만든 현상을 스타벅스의 기업 윤리 하나로만 설명하는 순간, 우리는 정작 더 큰 원인을 놓치게 된다. 역사를 잊은 사회가 만든 문제를 기업 탓으로만 돌리는 것, 그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코미디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