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호황에 생산 멈추겠다는 삼성 노조”…반도체 전쟁 속 ‘파업 카드’ 비판 커진다
중노위 2차 조정 진행에도 평행선…“국가 핵심산업 볼모 삼는 투쟁 자제해야” 지적
이덕형 기자
ceo119@naver.com | 2026-05-19 00:24:04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18일 중앙노동위원회 2차 사후조정에 돌입했지만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둘러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1일차 협상을 마무리했다. 노조 측은 오는 21일 총파업 돌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와 재계에서는 “글로벌 AI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생산 차질 우려를 키우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와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양측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20분까지 정부세종청사에서 사후조정을 진행했다. 당초 예정 종료 시각보다 40분가량 일찍 회의가 끝났지만 핵심 쟁점인 성과급 재원 기준과 상한 문제에서는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 최승호 위원장은 회의 직후 “노조는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고 있다”며 “19일 오전 10시 다시 출석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사측 입장 변화 여부와 파업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중노위 측은 협상 분위기에 대해 조심스럽게 긍정 평가를 내놨다. 박정범 중노위 조정과장은 “노사가 적극적으로 임해줬고 여러 안을 두고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며 “회의는 원활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파업 가능성 자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현재 글로벌 AI 반도체 수요 확대 속에서 사실상 국가 수출과 산업 경쟁력을 떠받치는 핵심 축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라인 차질 가능성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단순 기업 경쟁이 아니라 미국·중국·대만과의 기술 전쟁을 벌이는 상황”이라며 “이 시점에서 생산 차질 우려까지 겹치면 글로벌 고객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특히 성과급 논란을 둘러싼 노조의 강경 기조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호황과 불황 사이클이 매우 큰 산업”이라며 “실적이 좋을 때마다 성과 배분 압박이 반복되면 결국 기업의 장기 투자 여력과 연구개발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과 첨단 패키징 투자 확대 등으로 대규모 자금 투입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 장기화 자체가 부담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부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날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도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노사 교섭이 정당한 보상과 함께 국민경제의 건강한 발전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노동계는 정부의 긴급조정권 검토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합법적인 쟁의권 행사까지 제한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반면 산업계에서는 “노동권도 중요하지만 국가 핵심산업의 안정성 역시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반도체는 단순 제조업이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와 연결된 전략산업”이라며 “노사 모두 극한 대치를 피하고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19일 다시 사후조정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정이 사실상 총파업 전 마지막 협상 국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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