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금융 회장 규제, “바보야, 3연임 금지가 아니라 규제 대상 확대야”

첫 연임부터 회추위 75%·주총 특별결의 검토…규제 시점 앞당겨져
양종희 2029년·임종룡 이중 관문 변수…진옥동·함영주는 연령 제한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 2026-08-28 00:23:09

▲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정무위 전체 회의를 개회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수 매체가 금융지주 회장 ‘3연임 금지 후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정책 방향은 다르게 읽을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임기를 법으로 막는 방안은 힘을 잃는 대신 첫 연임부터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주주총회의 의결 요건'을 높이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확정될 경우 소수 장기 재임 회장에게 집중됐던 규제가 모든 연임 후보로 넓어진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6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5건을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겼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안은 금융지주 대표이사의 연임을 한 차례로 제한해 재임 기간을 최대 6년으로 묶는다. 반면 김현정·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연임 자체를 막지 않고 의결 요건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김현정 의원안은 금융지주 대표이사 연임을 주주총회 특별결의 대상으로 한다. 박홍배 의원안도 대형 금융회사 대표이사의 최초 선임은 주총 결의, 연임은 특별결의를 요구한다.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세 번째 임기가 아니라 두 번째 임기부터 규제가 시작되는 셈이다.

당정에서는 회추위 의결 요건을 일반 연임 때 75%, 세 번째 임기 때 100%로 높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아직 확정된 숫자는 아니다. 이 안까지 결합되면 현직 회장은 첫 연임부터 강화된 회추위를 통과하고 이후 주총 특별결의까지 거쳐야 한다.

3연임 금지와는 규제 방식이 다르다. 3연임 금지는 적용 대상은 좁지만 세 번째 임기를 원천 차단한다. 새 대안은 연임 가능성을 남겨두는 대신 규제를 두 번째 임기부터 적용한다. 규제 강도는 한 지점에서 낮아지지만 대상과 적용 시점은 넓어진다.

4대 금융지주 회장에게 미치는 영향도 제각각이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현재 첫 연임 절차를 밟고 있다. KB금융 회추위는 27일 양 회장과 이재근 KB금융 부문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등 3명을 차기 회장 후보로 압축했다. 다음 달 11일 최종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개정안은 법안소위 단계여서 오는 11월 KB금융 회장 선임에 직접 적용될 가능성은 낮다. 양 회장이 연임한다면 본격적인 변수는 2029년이다. 그때 세 번째 임기에 도전하고 회추위 100% 동의 규정이 도입돼 있다면 사외이사 한 명의 반대가 후보 추천을 막을 수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새 제도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있다. 임 회장은 지난 3월 연임해 2029년 3월까지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한다. 우리금융은 같은 주총에서 대표이사가 두 차례 이상 연임할 경우 상법상 특별결의를 받도록 정관을 바꿨다.

임 회장이 2029년 세 번째 임기에 도전하면 이미 주총 특별결의가 필요하다. 여기에 회추위 100% 동의까지 추가되면 만장일치 회추위와 특별결의 주총을 연달아 통과해야 한다. 지난 연임 때 출석 주주의 99.3%가 찬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총보다 회추위가 더 높은 장벽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3월 연임해 2029년 3월까지 두 번째 임기를 맡는다. 다만 신한금융에는 연령 제한이 있다. 신규 회장 선임 당시 만 67세 미만이어야 하고, 만 67세 이상 현직 회장이 연임하면 재임 기간이 만 70세를 넘을 수 없다. 1961년생인 진 회장은 2029년 다시 선임되더라도 세 번째 3년 임기를 모두 채우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2025년 연임해 2028년 3월까지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한다. 하나금융도 이사의 재임 연령을 만 70세까지로 제한한다. 1956년생인 함 회장은 현재 규정이 유지되면 2028년 이후 다시 선임되기 어렵다. 함 회장 개인에게는 3연임 금지 여부보다 기존 연령 제한의 영향이 더 크다.

이처럼 3연임 금지 조항 하나만 놓고 보면 실제 정책 효과를 제대로 읽기 어렵다. 양종희 회장에게는 2029년 세 번째 임기 여부가 중요하고, 임종룡 회장에게는 우리금융 정관과 새 회추위 기준이 겹칠 수 있다. 진옥동·함영주 회장은 연령 제한이 이미 장기 재임의 제약으로 작동한다.

특별결의의 실효성도 따져봐야 한다. 최근 주요 금융지주 회장 연임 안건은 높은 찬성률로 통과됐다. 주총 의결 기준만 높여서는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반면 세 번째 임기에 회추위 만장일치를 요구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주주 다수가 연임을 원해도 사외이사 한 명의 반대로 후보 자체가 주총에 올라가지 못할 수 있다.

이는 향후 논쟁의 또 다른 지점이다. 주주권을 강화하겠다며 주총 특별결의를 도입하면서 그 앞단에서는 사외이사 한 명이 사실상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선임 구조를 함께 손보지 않으면 회장 권한을 줄이는 과정에서 오히려 사외이사 권한만 비대해질 수 있다.

법안소위에서 봐야 할 것은 ‘3연임 금지’ 조항의 생사만이 아니다. 첫 연임부터 회추위 75%를 요구할지, 주총 특별결의를 모든 연임에 적용할지, 세 번째 임기에 만장일치를 요구할지가 더 중요하다.

세 번째 임기를 법으로 막는 하나의 높은 벽 대신 모든 금융지주 회장의 첫 연임부터 여러 개의 문을 세우는 방향으로 정책이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금융권에서는 “바보야, 문제는 3연임 금지 후퇴가 아니라 규제 대상 확대야”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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