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투자금 회수한 SK그룹, 미래사업 ‘실탄’ 장전
SK그룹, 베트남 빈그룹 지분 전량 매각…1조3000억원 확보
HBM·배터리·AI 투자 재원 마련. 신흥시장 자산 재편 가속화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 2025-08-12 08:19:05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SK그룹이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빈그룹 지분 6.05%를 전량 매각해 약 1조3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그룹은 이번에 마련한 자금을 HBM(고대역폭 메모리) 생산라인 증설,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AI 데이터센터 확충 등 핵심 성장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SK는 2019년 약 1조1000억원을 투자해 빈그룹 지분을 취득했다. 당시에는 베트남의 높은 경제 성장률과 신흥시장 잠재력을 기반으로 물류·유통·소비재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확대하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자 투자 전략의 무게중심을 안정성과 수익성이 높은 사업으로 옮겼다.
이번 매각은 올해 1월부터 8월 초까지 블록딜 방식으로 순차 진행됐다. SK는 투자 원금을 전액 회수하고 일부 차익도 남겼다. 업계에서는 재무구조 측면에서는 현금 유동성이 강화됐고, 향후 대규모 설비 투자와 인수합병(M&A)에 활용할 수 있는 실탄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그룹은 이번 결정을 ‘전략적 포트폴리오 재편’의 일환으로 규정했다. SK하이닉스의 HBM 라인 확충은 글로벌 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투자다.
SK이노베이션의 차세대 배터리 생산 설비 증설은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와 직결된다. 여기에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 건립은 AI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필수 인프라 투자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확보 자금의 투입 비중을 ▲HBM 반도체 40% ▲차세대 배터리 35% ▲AI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인프라 20% ▲기타 미래 신사업 5%로 예상한다.
HBM 분야는 글로벌 AI 서버 수요와 직결돼 단기간 내 효과가 크고, 배터리는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서 안정적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AI 인프라 투자는 그룹 전체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한편 SK그룹은 빈그룹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지는 않을 예정이다.
SK그룹은 에너지, 물류, 바이오 등 일부 사업 분야에서 빈그룹과의 협력 가능성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 이번 매각이 단순한 철수가 아니라 자산 구조를 고도화하는 과정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베트남 시장의 불확실성도 고려됐다. 성장세는 여전하지만 부동산·금융 부문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 대기업들의 재무 건전성 악화 가능성도 시장 리스크로 부각됐다. SK그룹은 이러한 변화를 선제적으로 반영해 자금을 회수하고 안전자산 비중을 늘렸다는 설명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매각은 글로벌 투자 환경 변화와 그룹의 미래 전략을 반영한 결정”이라며 “확보한 자금을 기반으로 AI,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매각은 고위험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해 미래 성장 분야로 재배치하는 모범 사례”라며 “HBM·배터리·AI 투자가 본격화되면 SK의 글로벌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또 다른 관계자는 “변동성이 큰 글로벌 환경에서 자산 포트폴리오를 신속하게 조정하는 대응력이 향후 그룹의 지속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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